물도 발자국을 남긴다
물도 발자국을 남긴다
  • 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 승인 2023.03.21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물이 마르면 그때서야 비로소 물의 가치를 안다.” 18세기 미국의 유명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자민 프랭클린이 이렇게 탄식한 것을 보면 사람의 습성은 동서고금을 통해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우리는 수도꼭지만 틀면 씻고 마시고 요리를 하는 데 필요한 물을 쉽게 이용할 수 있기에 물의 가치와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지 못한다.

 환경부가 발표한 상수도 통계(‘21)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 수돗물 사용량은 302리터에 달한다. 한 사람이 무려 2리터 생수 150개를 매일 소비하는 것이다. 직접 소비하는 수돗물의 양도 이렇게 많지만 일상의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물 발자국’의 개념이 필요하다. ‘물 발자국’은 제품을 생산·사용·폐기하는 전 과정에 필요한 물의 총합을 나타낸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하여 익숙한 개념인 ‘탄소 발자국(탄소 발생지표)’과 그 결을 같이한다.

 물 발자국 네트워크(WFN)가 제시한 제품별 물 발자국 산정량을 보면 우리에게 친숙한 제품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볍게 마시는 커피나 우유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260리터, 햄버거 한 개는 2,400ℓ, 청바지 한 벌은 9,000ℓ 등 모든 제품이 생산과정에서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4인 가족이 외식으로 소고기를 먹고 후식으로 커피를 마신 경우를 가정해 보자. 소고기 1㎏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15,000ℓ의 물이 필요하고 커피 4잔은 약 1,000ℓ의 물이 필요하다. 이 가족의 물 발자국을 더하면 약 2시간 만에 한 사람이 53일간 사용할 수 있는 (수돗)물을 소비한 것이다. 실로 엄청난 양의 물을 단시간에 ‘흥청망청’ 사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토마토(215ℓ/㎏)와 감자(287리터/㎏) 등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할 경우, 육식 대비 10배에서 최대 80배 이상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매일 채식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

 매일 마시는 커피의 양을 줄이고, 패스트푸드와 육류 섭취를 자제하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등 식습관만 개선해도 많은 양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아울러 빨래를 할 때는 모아서 하기, 설거지나 양치할 때는 용기 이용하기, 샤워 시간 줄이기 등 사소한 생활양식을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을 절약하면 환경과 건강을 지킬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3월 22일은 물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지구표면의 70%는 바다로 덮여 있으며 지구상의 물 중 97.5%가 소금이 섞인 짠물(염수)이다. 단지 2.5%만 담수인데, 그 중 빙하와 지하수로 존재하는 물을 제외하고 실제로 쉽게 이용 가능한 물은 1%에 불과하다.

  UN은 인류가 지구 차원의 물 부족과 수질 오염 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물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하도록 오늘을 세계 물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는 ‘변화의 가속화(Accelerating Change)’이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나의 물 발자국은 얼마나 되는지 되돌아보고 물 절약을 위한 변화에 기여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자. 18세기 벤자민 프랭클린의 탄식이 21세기에도 되풀이 되지 않도록.

 송호석<전북지방환경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