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걷지 않을 텐가
이래도 걷지 않을 텐가
  • 서정환 수필가
  • 승인 2023.03.16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우리의 부모들은 먹고살기 위해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 했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고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해 왔다. 우리들은 대부분 육체노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면서도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산업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몸을 움직일 기회가 별로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육체가 편한 생활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걸어야 하는 이유를 한번 들어보자. 미국의 배리 프랭크린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20세기가 넘어가면서 우리의 유산소 운동능력은 매년 1%씩 감소한다. 걷기운동을 하면 3개월 안에 그 능력을 10%에서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그것은 신체 나이가 10살에서 20살 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감기나 독감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고, 만성 질병에 걸릴 위험도 감소하며, 노화의 속도도 늦춰진다. 미국운동학회의 발표에 의하면, 일주일에 5일, 활발하게 30분에서 45분 동안 걸으면 심장발작 위험을 27% 줄일 수 있고, 고혈압 사고를 40% 줄일 수 있으며, 유방암에 걸리거나 그로 인해 사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약 50% 가량이나 줄어들고, 척추암에 걸릴 가능성은 60%나 낮아지고, 당뇨의 위험은 50%,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은 40%나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우울증에는 행동요법만큼이나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은 흡연만큼이나 건강을 해친다고 하며 심장병, 신경과민, 관절염, 그리고 골다공증을 일으키는 데 크게 한몫을 한다는 것이다.

날씬한 남녀라 하더라도 그들이 몸을 잘 움직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질병과 죽음에 노출될 위험률이 더 높아진다. 질병예방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36%의 미국 성인들은 여가시간에 어떠한 신체 활동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걷는 것은 먹고, 숨 쉬고, 잠자는 것과 똑같이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데 필수요소이다. 이것은 우리를 다른 영장류들로부터,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다른 종들로부터 분류시키는 특징적 행위이다. 8만 년 전, 우리의 위대한 조상들은 아프리카로부터 ‘걸어 나와서’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인류 역사를 이루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걷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인간이 이동할 수 있는 가장 주된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걷기를 선택해야만 한다. 우리는 차를 몰고 회사에 간다. 회사 건물과 아파트들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백화점에 가면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공항에서는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다. 골프를 치며 오후를 보낸다 해도 대부분 카트를 타고 이동한다. 우리는 걷지 않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운동을 하면 몸만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시인이나 철학자, 영적지도자들과 걷는 습관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영국의 낭만파 시인 워즈워스는 그의 평생에 걸쳐 17만 마일을 걸었고, 영국과 유럽의 도보여행사업을 하기도 했고, 실존주의자 키르케고르는 그의 조카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삶에서 산책을 거르지 마라. 나는 매일 행복 속으로 ‘걸어서’ 들어가고 온갖 아픔으로부터도 ‘걸어서’ 나온단다. 나의 최고의 사상들 또한 걷는 중에 떠올랐고, 아무리 귀찮은 생각이라도 걸어서 떨쳐버릴 수 없는 건 없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바쁘고 목표지향적인 문화 속에서 느긋하게 걷는 것이 항상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걷는 것도 계획이 필요하다. 걷는 것은 훌륭한 운동이며, 탐험이며, 연구이며, 의식이며, 명상이다. 그것은 건강과 ‘삶의 기쁨’을 키우는 자양분이다.

산책은 걷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그것은 당신의 수명을 늘려준다. 그리고 당신의 마음을 총체적으로 돌봐준다. 씻어주고, 회복시켜주고, 북돋아주고, 치유해주는 것이다. 신발 끈을 꽉 묶고 밖으로 나가자. 가장 오래된 운동법이지만 아직 이만한 것이 없다.

자―. 이래도 걷지 않을 텐가.

 

서정환 <수필가 / 신아출판사 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