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국회 의결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
양곡관리법 국회 의결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
  • 윤준병 국회의원
  • 승인 2023.03.1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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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병 국회의원<br>
윤준병 국회의원

여야가 3월 임시국회 일정을 합의하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3월 처리는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3월 첫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길이 밝지만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농식품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시사한 바 있고, ‘대통령 거부권 1호 법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이 계속해서 거부권 행사의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3월 국회에서 의결되면 대통령은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그 이유는 간명하다.

첫째, 정부가 상시적으로는 쌀 생산조정을 통해 쌀값을 안정화시키고, 생산조정에 실패하는 예외 상황에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함으로써 정부재원 투입이 최소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주무장관, 여당인 국민의힘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잘못 이해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주는 이런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무제한’ 수매라고 하는 양곡관리법은 결국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한 발언도 그 연장선이다. 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내용에 대한 대통령의 무지를 드러낸 잘못된 발언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평년의 3% 이상이어서 쌀값이 급격히 하락하거나 쌀값이 전년보다 5% 이상 하락하는 경우에, 초과 생산된 쌀만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제한’된 수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이다.

게다가 쌀 시장격리 의무제 시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쌀 생산조정을 상시적으로 유도하는 장치도 담았다. 농민 스스로가 쌀 초과생산량을 줄이도록 벼 및 타작물 재배면적을 연도별로 관리하고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에 대해서 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둘째, 쌀 시장격리 의무제는 쌀 가격의 하락 방지 및 농민의 소득보장 차원에서 ’19년까지 시행된 ‘쌀 변동직불금제’보다 약하고 간접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쌀 시장격리 의무제가 정부에 매입의무를 부과하는 강력한 규정이기 때문에 위헌적이고 ‘사회주의적’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쌀 변동직불금제는 수확기 쌀 가격이 목표가격에 미달할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의 85퍼센트를 무조건 직접 보전해 주도록 했었다. 반면에 쌀 시장격리 의무제는 쌀값이 전년보다 5% 이상 하락하는 등 제한된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 쌀 초과 생산량만을 의무매입하는 간접적인 쌀값 정상화 방안이다.

셋째, 정부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걱정하는 생산조정의 소극적 참여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반대를 고려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해 양곡관리법 수정안을 마련했다. 쌀 재배면적 총량이 증가한 경우에는 쌀 시장격리 의무제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개선하고, 쌀 재배면적이 증가한 시·도에는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보완했다. 쌀 시장격리 의무제의 작동요건도 부분적으로 완화해 초과 생산량의 범위를 3~5%, 쌀값 하락 범위를 5~8%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탄력성을 부여했다.

넷째, 농민들에게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살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쌀값이 12.5% 급락하면서 농가소득은 1.62조원이 감소했다. 또한 농사용 전기요금은 2년 전보다 2배 이상 폭등했고, 농업용 면세유도 92.9% 급등했다. 이처럼 윤 정부 출범 이후 우리 농가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쌀 시장격리 의무제 수용은 농민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차례다.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들은 농민의 소득보장과 국가의 식량안보, 재정의 안정적인 운영 등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농민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길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 주길 바란다.

윤준병<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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