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서 전북인으로 산다는 건
대한민국서 전북인으로 산다는 건
  •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 승인 2023.03.14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대한민국에서 전북인으로 산다는 것은 즐겁다. 하지만 슬프기도 하다. 전북은 다른 지역과 달리 문화콘텐츠가 다양하고 먹거리가 풍부하다. 그래서 전북인들은 흥(JOY)이 있다. 멋과 맛을 즐길 줄 안다.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베풀 줄도 안다.

그러나 전북인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그늘이 있다. 갈증에 목말라 한다. 전후(After the war) 피폐해진 국토를 재건하기 위해 국가는 중앙집권, 중앙집중경제정책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빠른 산업화를 추진해 국민들의 먹거리를 확충하기 위해 수도권과 영남지역에 각종 산업인프라를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전북은 산업화에 소외됐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은 구호로만 들리는 것이 그 이유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란 국가적 난제에 직면해 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전 세계는 에너지와 식량안보, 그리고 국제환율 불안 등으로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일 뉴스에서는 고물가, 고금리, 고실업 등 듣고 싶지 않은 뉴스들로 국민들은 고문을 당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10여년 전 한 신문광고에서 우리나라 지도를 본 적 있다. 지형적으로 우리나라는 반도국가다. 그런데 이 광고에는 섬나라로 도안이 되어 있었다. 내용을 알고 보니 우리나라의 잘못된 정책을 꼬집는 비판성 광고였었다.

이 광고는 국가권력, 인구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반면 지방은 정부정책에서 소외받고 홀대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즉, 대한민국은 서울과 수도권만 있을 뿐 전북을 비롯한 지방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었다. 너무나 현실감 있는 날카로운 메시지였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다.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는 지금 전북인으로 산다는 것은 또 어떨까. 전북인구는 2월말 현재 176만 6,524명이라고 한다. 광주·전남은 324만 3,785명이다. 같은 호남권이지만 광주·전남이 전북보다 무려 147만7,261명이 더 많다.

대구·경북(495만5,061명)과 부산·울산·경남(769만6,562명)은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 되어 버렸다. 이웃 대전·세종·충남(395만4785명)도 이미 전북과 비교대상 범위에서 멀찌감치 달아났다. 충북(159만3,434명), 강원(153만4,067명), 제주(67만7,090명) 만이 전북과 함께 200만 미만 광역지로 남아있다.

문제는 포탈 검색을 통해 ‘광역자치단체 연도별 인구그래프’를 보면 전북은 인구급감으로 우하향 곡선을 확연하게 그리고 있는 반면 충북과 충남은 증가(우상향) 또는 증가 후 소폭 감소(우상향 후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대조적이다.

다행히 전북은 2024년부터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발을 준비 중에 있다. ‘호남권 서자(庶子)’ 같은 역차별에서 탈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전북이 더 새롭게, 더 특별하게 비상합니다’이다. 전북은 다른 지역과 달리 청정자연과 고품격 역사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자치도로서 부여받게 될 권한을 최대한 살려 대한민국에서 전북인으로 사는 것이 행복이자, 행운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지금부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전라북도 홈페이지에 탑재된 내용 중 전북특별자치도 시행 시 ▲인구 약 24% 증가, ▲재정규모 약 2배 증가, ▲지역내총생산(GRDP) 약 2.3배 증가, ▲관광객 약 2배 증가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예측자료가 있다. 기분 좋은 청사진이다. 전북인의 한 사람으로서, 30대 두 자녀를 두고 있지만 모두 서울로 빼앗겨버린 엄마로서 이 예측이 반드시 현실로 빨리 나타나길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이정희<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