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굴욕이 되어버린 한일관계
끝내 굴욕이 되어버린 한일관계
  • 김윤덕 국회의원
  • 승인 2023.03.1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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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국회의원
김윤덕 국회의원

3.1절 아침, 유관순 열사의 사진이 걸려있던 기념식장에서 윤 대통령은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 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을사오적이 나라를 팔아먹으면서 주장했던 논리와 닮아 있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함께 이날 대통령의 기념사에는 진영을 떠나 역대 대통령들이 항상 말해왔던 강제징용, 위안부 피해자, 무단 침략 등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한 내용은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3월 6일, 위험천만한 대통령의 역사관은 기어이 대한민국을 굴욕에 빠트리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지난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신일본제철 등에 강제로 끌려간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1억 원씩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확정 판결했다. 이 판결로 강제 동원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배상을 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배상금 지불을 거부했고 법원은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을 압류했고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를 상대로 수출규제에 나서는 등 반발을 하고 있다.

영화 [군함도]에 소개되었던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처절한 삶은 슬픔을 넘어 분노를 일으켰었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 한국인, 중국인 등을 연행해 강제노동을 시켰다. 조선인 강제 동원의 규모는 대략 최소 7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가 고의로 감추거나 삭제한 기록까지 포함한 경우 이보다 훨씬 웃돌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일본은 식민 지배는 합법이었으며 강제동원에 대한 청구권도 청구권 협정에 따라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면서 사과와 배상을 거부하고 버티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제3자 변제안을 들고나온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기부금을 조성해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판결금을 대신 지급하자는 것이다. 일본 기업도 참여할 수는 있으나 피고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는 돈을 내지 않는다. 한마디로 돈을 못 주겠다고 버티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빼고 애꿎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신 지급하자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을 대통령이 뒤집어 일본 기업이 한 푼도 내지 않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더욱 굴욕적인 것은 한국 대통령의 구애에 대한 일본 측의 반응이 시큰둥했으며 심지어 일본 언론은 “자신들은 잃은 것 없이 완전한 승리를 했다”고 자평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강제 동원 피해 배상 해법 발표 이후 별다른 사과 메시지를 던지지 않고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왔다”라고만 밝혔다.

일본 정부는 전쟁과 사죄 반성을 거부한 아베 내각과 고이즈미 내각의 역사관을 계승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여기에 일본이 경제 보복 철회를 명확하게 약속한 것도 아니었다. 일본은“한국이 먼저 WTO(세계무역기구) 분쟁 해결 절차를 중단한다는 의사를 보여 정책대화를 재개할 환경이 조성됐다”고만 말한 것이다. 대통령은 이렇게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이 경술국치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굴욕을 감내하게 했다.

양국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해법은 일본이 가해 사실과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다음으로 피해자들에게 합당할 만큼의 배상이 뒤따라야 한다.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두 나라가 다시는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약속과 후대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양국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윤덕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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