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분권화 시대 지역복지재단의 과제
지역 분권화 시대 지역복지재단의 과제
  •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박사
  • 승인 2023.03.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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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사회와 노동의 분화가 가속화되며 사회적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이른바 ‘신사회 위험’(new social risk)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예컨대 고용의 양과 질의 저하, 불가능한 외벌이 가족부양, 여성 중심 보육과 돌봄의 구조적 한계, 교육 계층화로 인한 빈곤 세습 등 다양한 사회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도전적 과제는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accountability)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 공급 관련 제도적 환경이 지방자치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와 결합하며 복지에 대한 중앙정부의 행·재정적 책임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의 복지서비스를 전문화하고 통합하는 한편, 새로운 정책 환경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다양한 주민들의 복지 요구에 대응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최근 10여 년에 걸쳐 지자체 차원의 지역복지재단 설립이 힘을 얻고 있고 이를 계기로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복지 행정이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현재 기초자치단체가 출연한 복지재단은 총 36개소(서울 8, 경기 6, 강원 1, 충청 7, 호남 6, 영남 8)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 출연 지역복지재단들의 근본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재정, 조직구조, 사업수행 등에 있어서 지자체의 예속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복지재단이 지역 중심의 복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모금과 배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지역재단 스스로 지역의 다양한 기관과의 주체적 협업은 물론 지역사회 내 복지문제에 대한 리더십 발휘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전주시복지재단도 예외가 아니다. 호남에는 지자체 출연 6개의 복지재단이 있지만, 전주시복지재단은 전라북도에 소재하고 있는 유일한 재단이다. 전주시복지재단은 2018년 11월 창립총회 후 2019년부터 본격적인 활동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동네복지’사업과 ‘엄마의 밥상’ 등이 대표적인 사업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역복지를 위한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 정립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모금은 재단의 존립을 위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모금압박이 정작 재단의 목적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악순환’을 조장하고 있어 복지재단의 역할 정립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전주시복지재단의 모금을 저해하는 배경으로 조직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팀원 없이 팀장 한 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재단의 여건이 기획모금이나 기부의 양적 증대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과 전략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재단의 태생적 한계로 인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주시복지재단이 지역 내에서 관과 유사한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재단의 정체성 문제로 그 때문에 지역 내 다른 조직과 네트워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 내 ‘후발주자’인 전주시복지재단의 등장이 지역의 다른 복지조직들 입장에서는 ‘협력파트너’라기보다는 ‘경쟁자’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향후 재단이 추구하는 독립성과 민주성 그리고 책임성 확보를 위해 지금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는 공무원 파견 등 장애 요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전문성과 함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민간 전문가의 영입으로 지역사회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전주시복지재단 운영과 역할 재정립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제는 전주시복지재단이 시행착오를 줄이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응원하며 힘찬 도약을 기대해 본다.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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