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의 충격
‘0.78’의 충격
  • 전정희 전북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위원
  • 승인 2023.03.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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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전정희 전북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위원

‘0.78’

최근 발표된 2022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이다. 280조라는 천문학적 재정을 쏟아 부은 성적표치고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2013년부터 OECD 회원국들중 꼴찌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중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인구문제연구소는 이미 7년 전에 우리나라가 인류 최초로 소멸 위기에 놓였다는 암울한 예측을 한 바 있다.

통계수치가 발표될 때마다 ‘충격’이라는 보도가 나오지만 그뿐이다. 국가가 사력을 다해서 이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그 중요도에 걸맞는 권한도 없다. 게다가 지난번 나경원 사태를 통해서 목도한 것처럼 기후대사와 겸직이 가능할 만큼의 가벼운 인식으로는 이 파고를 넘을 수 없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에 대한 분석들은 이미 충분히 나와 있다.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집값은 너무 올라서 결혼을 엄두내지 못한다. 믿고 맡길만한 보육시설의 부족,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어린이집 아동 학대 뉴스는 부모가 되려는 의지마저 꺾어버린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워서 부부는 한 아이를 키우다 지쳐 둘째는 포기해버리기 일쑤다. 허리가 휘는 사교육비, 입시지옥으로 인한 부모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세종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들이라는 직장의 안정성, 어린이집을 비롯한 잘 갖춰진 보육시설 인프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의 보장, 게다가 아파트 특공까지. 이런 환경에서 세종시는 합계출산율 1.12명을 기록했다.

일반적 통념과는 달리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놀랍게도 여성 고용률이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나을 것 같지만 실제 현실은 정반대다. 일찌기 저출산의 늪에 빠졌다가 회복한 유럽국들의 공통점은 높은 여성고용률이다. 여성고용률과 여성의 지위가 낮은 남서유럽 국가들이 오히려 저출산의 고민을 안고 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남성 의무 육아휴직제도를 보장한다. 노르웨이는 자체 시행한 모든 저출산 정책 중에서 남성 육아휴직이 가장 효과가 컸음을 밝혀냈다. 우리나라처럼 보조금에 초점을 맞추었던 프랑스도 결국 저출산 대책의 틀을 ‘일·가정 양립’에 맞추는 쪽으로 전환해 왔다. 일상에서 남성과 여성의 평등이 두드러지고 가사분담이 공평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유럽 국가들에 비해 더 절박한 과제들이 있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그로 인한 집값 폭등이다. 수도권의 천문학적 집값과 지방 빈집 문제의 괴리가 해소되어야 한다. 또한 높은 사교육비 부담과 과열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마찬가지다. 배움이 즐겁고 학교가 행복한 곳이 되도록 정부는 교육 혁명을 이루어내야 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출산율 제고는 요원하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한 본능을 가로막는 장애를 제거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사람이 유일한 자원인 나라에서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실행하는 데 너무 인색하다. 지금처럼 막연히 예산을 투입하거나 여러 부처에서 중구난방식으로 하는 정책이 아닌, 인구 문제를 총괄해서 지휘할 수 있는 힘있는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가지고 인구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전정희<전북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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