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미개한 개돼지인가?
국민은 미개한 개돼지인가?
  • 이정덕 전북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3.02 15: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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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덕 전북대 교수
이정덕 전북대 교수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을 지낸 검사출신 변호사 정순신은 경찰의 모든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되었다가 하루 만에 취소되었다. 그의 아들이 민족사관학교를 다니는 동안 같은 기숙사에서 지내던 동급생에게 “제주도에서 온 돼지새끼”, “좌파 빨갱이”, “더러우니까 꺼져라” 등 언어폭력을 지속적으로 행하였다. 후배들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공개적으로 “돼지는 가만히 있어,” 식당에서는 “왜 인간이 밥 먹는 곳에 니가 오냐, 구제역 걸리기 전에 꺼져라”고 하는 등의 폭언을 했다. 피해 학생은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고 극단적 시도할 정도가 되었다. 이 아들은 친구들에게 당시 고위 검사였던 아버지에 대해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고 말했다고 보도되었다. 결국 이 아들은 서울대에 합격하여 현재 서울대를 다니고 있다. 당시 검사였던 아버지 정순신은 아들의 전학처분을 막기 위해 행정소송으로 대법원까지 상고하였고 교사는 부모가 아들의 선도를 막았다고 말했다고 보도되었다.

서울대 상대를 나와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현대중공업 회장 정몽준의 아들 정예선은 재수생 시절인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돼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거지.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라고 썼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슬픔과 분노를 폭발한 것을 미개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발언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더구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발언은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시기상 좋지 않았다“고 말했고, 정몽준과 친한 의원들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러한 모습은 이들이 얼마나 피해자의 감성과 유리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예선은 그 후 연세대에 합격하였다.

연세대를 졸업한 행정고시출신인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2016년 7월 경향신문 기자와 저녁을 먹으면서 도발적인 발언을 했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2016년 당시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못 먹고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전동차에 치여 죽은 19살 비정규직 청년 김군에 대하여) 그게 어떻게 내 자식 일처럼 생각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나 정책기획관을 파면하였으나 법원은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중범죄도 아닌데 파면은 지나치다면서 파면취소로 판결했다.

자녀들이 민중을 미개하거나 돼지로 보는 것은 해당 자녀가 독자적으로 습득한 가치관으로 보기는 어렵다. 집안에서 자라면서 상류층 특권의식을 지닌 부모나 이웃의 영향을 받아 민중을 자신보다 아래로 보는 의식을 가지게 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미개한 민중이 떼를 써서 합리적인 과정을 망치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자신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사회를 위하여 더 좋은 것이라며, 이러한 사고방식을 자녀들에게 심어주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회가 산업화를 거치면서 계층분화가 심화되고 상류계층은 학벌을 통해 자녀를 다시 상층으로 진입시키면서 일반 대중과 유리된 특권의식을 가족 내에서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서울대생이나 일류대생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류대에 상류층 출신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점차 특권의식을 지닌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자신들이 공부도 더 잘했고, 더 뛰어나니,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말을 듣는 것이 사회를 위해서도 좋다는 것이다. 갈수록 특권층의 독선은 늘어나고 민주주의는 취약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이정덕<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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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3-08-29 17:03:15
윤석열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윤 대통령은 국민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면 1+1도 모르는 미개한 국민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그리고 국민을 향해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건 1+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니까.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또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윤 대통령, 우리 대통령 맞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면 '미개한 국민'이며 그리고 '반국가세력'이란 말인가? 그리고 윤 대통령이 누구와 싸운다고?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안심시키는 지도자의 말은 한마디도 없는 것이 무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