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 시대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 시대
  • 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 승인 2023.03.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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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전주시는 2019년 ‘예술교육도시 전주’의 포부를 밝힌 이후, 기초 단위 최초로 예술교육을 주제로 한 국제포럼을 열어왔다. 또 2016년 경기도 성남시가 문화예술교육 지원 조례를 제정한 첫 번째 사례 이후, 전주시는 전국의 226개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8번째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몇 번째냐 하는 문제보다는,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지점이다.

중앙으로부터 출발해 광역을 거쳐 기초단위에 도달하는 정책이 아니라, 가장 하위에 있었던 기초단위에서 출발하는 정책은 그 중심에 ‘국민’이라는 추상적인 주체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화된 ‘주민’이라는 주체가 있다. 얼굴을 마주할 수 있고 그 수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범위 내 주체들이 설정되면, 목표와 문제의식이 명확해질 뿐만 아니라 좀 더 사람 중심의 사고가 가능해진다. ‘아무나’ 적용 가능한 포괄적인 지원보다는, ‘누구나’ 포용 가능한 맞춤형 지원들도 다양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계획은 예산이 있어야 실행을 담보할 수 있다. 문화예술의 지방이양은 유행어처럼 돌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지방’은 광역까지다. 중앙에서 광역으로 이전된 많은 사업과 예산들로 인해, 그간 국비 확보를 위해 전력질주 했던 기초단위 지자체와 출연기관들이 이제 도비를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상황이다. 기초 입장에서는 지방이양이라는 것이 단순히 중앙에서 광역으로 상위기관이 바뀐 것뿐이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기초와 광역의 역할 정립과 단계적 재정목표 설정을 통해 이해관계를 좁혀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도부터 5개년의 계획에 해당하는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에서는 “누구나, 더 가까이, 더 깊게”라는 세 가지 추진전략이 명료하게 대두된다. 그중에서도 ‘더 가까이’ 전략의 세부 과제를 들여다보면 기초단위 거점을 통한 생활 밀착형 문화예술교육의 확산과 광역-기초 간 통합 운영모델 개발이 있다. 전라북도 역시 2023년도부터 5개년의 계획으로 제2차 전라북도 문화예술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여기서 다루고 있는 주요 방향도 기초 중심의 기반 마련에 대한 사안이 언급되고 있다.

그만큼 정책의 중심이 점차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고, 지역마다 각자의 개성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지역’을 명명하는 지리적, 행정적 범위는 점차 광역보다 더 작은 기초단위로 좁혀지고 있다. 굳이 차려입고 차를 타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슬리퍼 신고 나갈 수 있는 거리 내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는, 소위 ‘슬세권’이라는 일상성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데, 이러한 일상 안에서 충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더 작은 단위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이 부분이 문화예술교육에서도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대목인데, 정밀한 정책 대상의 타겟팅이 점점 더 가능성을 더해가고 있고, ‘지원’이라는 일방적인 수혜를 호혜적 성격으로 전환하여 생산자와 수요자가 가까이에서 서로 만나도록 하는 것이 지역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다. 전국의 17개 광역시·도에서 동일한 정책사업을 양적으로 확대해 나갔던 가까운 과거의 성과는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아무나’보다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적재적소의 사업개발과 예산 확보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김주희<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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