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인권이다
스포츠는 인권이다
  • 문승우 전라북도의회 의원
  • 승인 2023.02.23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승우 전라북도의회 의원

“스포츠는 인권이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에 제정한 ‘스포츠 인권 헌장’의 제1장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우리 사회는 인권 감수성이 높아진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스포츠가 인권이라는 말은 굳이 심사숙고하지 않아도 누구나 당연지사로 여기며 공감하기 쉬운 주장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보편타당한 얘기가 굳이 스포츠 인권 헌장의 가장 첫머리에 제시된 이유는 스포츠 현장에는 아직도 인권이 도외시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인권이 추상적인 인식 수준으로는 존재하는데 실제 현실에서는 충분히 실천되지 않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보면, 60-70년대 스포츠 현장은 인권 사각지대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여건이 열악했다. 당시에는 아예 인권이나 권리라는 개념 자체가 부재했다. 초등학교부터 축구를 시작으로 배구선수와 태권도 선수로 활동했던 나도 소년기부터 어지간한 욕설에는 이골이 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훈련을 이유로 월명공원의 가파른 계단을 지쳐 쓰러질 정도로 오르내리던 기억은 차라리 아름다운 기억이었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하나의 규범과도 같았다. 문제의식은 고사하고, 싫다고 표현하는 것조차 엄두 낼 수 없었다. 모든 게 당연한 처사였고 응당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했다. 운동선수로서 그만큼 절박하기도 했다. 배고프고 형편이 넉넉지 않아 어떻게든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했고 전국단위 대회에서 입상 성적을 내야만 했다. 절박한 심정이 모든 걸 수긍하게 하는 마법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물론, 요즘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고 여건도 나아진 게 분명하다. 단순 비교로는 그렇다. 하지만 스포츠 현장에서 자행되는 폭력적 양태가 과거와 달라졌을 뿐, 본질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게 중요하다. 독재정권 치하에서 횡행하던 국가폭력이 21세기 민주국가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자행되는 것처럼, 스포츠 현장을 비롯한 사회적 폭력도 모양과 색깔을 달리할 뿐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치는 매 한가지이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스포츠계의 성폭력 사건이 그랬고, 유소년팀 축구클럽 소속 선수가 강압적 행태와 욕설 괴롭힘 등으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도 그랬다. 분명, 수십 년 전과 비교하면 인권 감수성이 높아졌고 법적, 제도적 장치도 구비되어 있으며 스포츠계의 그릇된 관행도 근절된 게 많은데 스포츠현장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 역설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순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포츠가 인권이라는 말이 뻔한 주장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전라북도 체육계도 지금은 잠잠하지만 여러 잡음과 탈법, 폭력적 행위가 지역사회를 들끓게 했던 게 얼마 되지 않았다. 재발방지를 위해 끊임없이 제도 정비를 이행하고 현장실태 파악과 피해사례 발굴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기다렸다는 듯이 터지는 게 스포츠계 인권침해 사고다.

 말이 나온 김에 체육회에도 당부드린다. 체육회가 운영하는 스포츠인권익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지금과 같이 스포츠인권 강의에 편중되어 있는 방식은 스포츠 인권 보호와 증진에 별다른 도움이 될 수 없다. 체육현장의 폐쇄성을 감안해서 맞춤형 사업과 노력을 발굴해나가야 한다. 피해사례에 대해서도 최대한 신속하게 인지하고 피해자 보호부터 상담, 분리, 법적 지원 등 원스톱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이 조금이라도 체감할 수 있는 센터로 자리매김하지 않는다면 무늬만 센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인권을 두고 보통 하늘이 내린 천부인권이라고들 한다. 누구나 차별 없이 보장받아야 하는 게 사람으로서의 권리, 인권이다. 이렇듯 보편타당하기 그지없는 신성한 권리를 운동한다는 이유로 짓밟을 수는 없다. 스포츠는 인권이니까.

 문승우 <전라북도의회 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