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도민들의 자세
‘전북특별자치도’ 도민들의 자세
  • 안도 시인
  • 승인 2023.02.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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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문학 평론가
안도 시인

‘들러리’란 두 가지가 의미가 있다. 첫째는 결혼식 때 신랑 신부를 식장으로 인도하고 거들어 주는 사람이다. 둘째는 어떤 일을 할 때 일의 주체가 아니라 곁 따르는 노릇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전북은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충실한 ‘들러리’를 섰다.

호남(湖南)은 김제 벽골제의 남쪽이라는 설과 금강의 옛 이름 호강(湖江)의 남쪽이라는 설이 있다, 그리고 ‘전라도’는 고려 때 전주와 나주(羅州)의 앞글자를 딴 지방을 칭했다는 설 등이 있지만 전북과 광주, 전남을 묶어 ‘전라도’ 또는 ‘호남’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전북은 그동안 호남 속의 변방으로 차별받으며 소외되어 왔다. 역대 정권에서 영남과 호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책과 사업, 인사 정책 등을 시행할 때도 호남 몫은 광주, 전남 몫이었으며 전북은 뒷전이었다. 필요할 때만 호남이었지 호남 안에서도 전북은 광주, 전남의 견제대상이었다. 연금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반대한 세력도 광주, 전남이었고 새만금 국제공항 역시 전남 무안공항을 내세워 반대했다.

그런데 요즈음 전북의 탈 호남화 움직임에 대해 ‘호남의 정치·경제적 결속력 약화’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전북의 이탈로 호남의 정치적 외연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지만, 광주, 전남의 들러리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달라는 요구가 아닌가 싶다.

21대 총선 때 전북 당선인 10명은 광주, 전남권 당선인들과 함께 ‘호남권 국회의원 당선인’ 28명의 이름으로 ‘방사광가속기’의 호남권 구축 건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호남권에는 국가 대형연구시설이 단 한 곳도 없고 대다수가 충청, 영남권에 편중돼 있으며, 국가 지원 등 총 연구개발 투자예산 또한 호남권은 전국 최하위인 3%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방사광가속기’ 사업은 지역간 공정한 출발과 지역 불균형 해소, 국가균형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단초가 돼야 한다며 ‘광주, 전남혁신도시’에 유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전북에는 이미 방사선 국책연구기관이 정읍 첨단연구단지에 있었으며, 참여정부시절 당시 김원기 국회의장과 유성엽 정읍시장이 방사광가속기의 정읍유치를 추진한 사실이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21대 국회의원 전북 당선인 모두가 방사광가속기의 전남광주 유치 건의문에 호남권 당선인의 이름으로 서명한 것은 ‘민선 7기 전북 몫 찾기운동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생각없이 전남, 광주에 들러리를 섰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었다.

그런데 그동안 전남권에서는 ‘새만금국제공항’ 등 전북 현안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전북발전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어깃장을 놓는 경우가 허다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 전북도민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특히 정치권에서 나 혼자만 살아남기 위해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 모습’으로 눈치만 보지 말고 아마추어적 정치 신념에서 벗어나 우리 고장 전북을 지키고 전북을 살리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줄 때다.

이제 우리 전북도 지방분권의 특별 지위를 부여받는 ‘전북특별자치도’가 되었다. 이제 우리도 우리 힘을 보여줄 때다. 고부군수 조병갑을 몰아내고 만민이 평등한 세상을 꿈꿨던 전봉준 장군과 농민군이 최초 혁명을 일으켰던 전북 정신으로 호남을 넘어 우리의 몫을 다할 때다.

엊그제 국민의 힘 지도부 뽑는데 맨 첫 유세장도 광주였다. 전북은 호남의 서자다. 따라서 전북이 특별자치도 추진에 목을 매었던 이유도 고도의 자치권 보장, 이른바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어서다. 특히 ‘호남’으로부터의 脫에 주력해야 한다. 호남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온전한 전북의 몫을 찾겠다는 전북의 오랜 숙원 사업의 시작이다.

안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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