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세계인을 맞이할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세계인을 맞이할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
  • 박은숙 원광대 사범대학 교수
  • 승인 2023.02.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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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원광대 사범대학 교수

 여행은 그 자체를 즐기다 보면 그곳의 문화와 생활상을 직접 경험하게 되고, 정보가 되며 지식이 되기도 한다. 나라마다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생활 방식이 있어서 외국 여행은 흥미롭다. 외국 여행은 그 나라를 이해하게 되고 그 나라를 좋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우리 문화를 더욱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게도 한다. 업무 관련으로 외국에 가서 일하는 틈틈이 현지인들과 어울리면 그 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상을 가까이에서 접하게 되어 여행의 묘미가 더해진다.

 나는 사회복지 모범 국가라고 불리는 스웨덴 아동복지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내가 맡은 분야는 아동의 식생활과 안전에 관한 것이었다. 스웨덴 Y대학과 공동 연구를 수행했으므로 먼저 S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스웨덴인 S교수는 세미나 등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한국 문화에 젖어 들었다. S교수가 우리 집에 머물렀기에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스웨덴은 결혼 전 동거하는 문화여서 자녀의 나이가 결혼 년수보다 많은 것이 보편적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믹스커피의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라고 하였다. 집에서 사용하는 팥빙수 기계를 발명한 한국인의 창의력에는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다. 연구 능력 뿐 아니라 마음씨까지 겸비한 우리 연구팀장은 S교수에게 믹스커피와 팥빙수 재료를 가방 가득 선물했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팥빙수 기계는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던 것을 넣어 줄 수 밖에 없었다. 스웨덴 S교수님에게 우리나라가 멋지게 다가갔음은 연구 성과 만큼이나 뿌듯했다. 

 곧이어 우리 연구팀이 스웨덴을 며칠간 방문했다. 스웨덴 방문은 내 마음 속에 스웨덴을 가까운 나라, 친근한 나라로 만들었다. 오전에는 유치원에서 연구하고, 오후에는 대학에서 마련한 세미나에 참석했으며, 밤마다 파티 초대에 응하는 일정 이었다. S교수는 아침마다 전철과 시내버스를 이용해 우리팀을 다른 유치원으로 안내했다. 우리팀이 다섯명이나 되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줄 알았는데, S교수는 자가용 자체가 없었고, 그 주된 이유는 환경 공해를 유발하지 않으려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숲속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말 그대로 비 오는 날이나 눈 오는 날이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도 숲속에서 활동했다. 며칠 지나자 스웨덴 시내버스에서 경로석이 보이지 않았다. S교수는 스웨덴의 기본 정신은 평등이므로 경로석 자체가 평등에 위배 된다는 것이었다. 복지국가인 스웨덴에 경로석이 없다는 것은 충격이었으나, 그 나라의 기본 정신을 이해할 수 있었다. 

 파티에 초대한 스웨덴인 N교수 댁은 거실 두 개와 커다란 야외수영장이 있는 대저택이었다. 거실에는 초등학생 키만큼이나 큰 앵무새를 새장에 키우고 있었다. 식사 시간에 N교수 남편은 앵무새를 어깨에 앉혀 두었는데 가끔 우리 대화를 흉내내어 더욱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집 청소는 누가 하느냐는 질문을 N교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유인즉 집안 청소는 당연히 가족이 하기 때문이었다. 스웨덴은 평등을 기본으로 삼기 때문에 가사도우미 서비스는 평등에 위배 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영화배우 같은 모습의 N교수가 대저택을 직접 청소한다니 부러움이 반감되었다.  

 내가 처음 만났을 때 열 살의 귀여운 소녀였던 미국인 J가 지난 가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거의 30년의 세월이 흘러 여덟살 딸을 데리고 왔다. J를 한국에서 만나다니 꿈만 같았다. 그가 한국에 오기 전, 사우나를 안내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결국 J는 딸과 함께 우리의 공중목욕 문화를 체험했고 흡족해했다. J는 한국에서 보고 들은 것을 친구들에게 즉시 전송했고, 미국인 친구들은 그를 한없이 부러워했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J가 편안하게 지내서 고맙기도 했다. 그러나 J를 안내하기 까지의 과정은 우리 주변을 둘러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아쉬움이 컸다.  

 지인은 J가 타올로 양머리를 만들어 쓴 사진을 sns에서 봤을 것이라며 찜질방으로 안내하라고 했다. 찜질방 몇 곳에 전화를 했더니 코로나로 인해 찜질방을 운영하지 않으며, 외국인이 오기엔 적합지 않으니 데려오지 말라는 답변들 이었다. 외국인이 매우 실망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발품을 팔아 몇 곳 시설을 둘러보았는데 퀴퀴한 냄새가 배어있는 락커, 곰팡이가 눈에 보이는 목욕탕 매트 등은 J에게 설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보여주기에는 위생 상태가 미흡함이 많았다. 식당의 위생 상태도 마음에 걸렸다. 

 식당에 같이 간 사람을 분류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식탁에 자신의 숟가락과 젓가락만 놓는 사람은 일반적인 사람이고, 일행의 수저까지 놓는 사람은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일행의 수저를 컵에 넣었다 물기를 닦아서 놓는 사람은 더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 주변에는 ‘더 인간적인 사람’이 없으나, 그런 분이 주변에 없음을 섭섭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매너면에서는 그리 후한 점수를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끈적끈적한 바닥에 신발이 들러붙으려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훌륭한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위생 상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옥의 티일 것이다. 아니 옥의 티가 아니라 훌륭한 음식 문화를 송두리째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꿀지도 모른다.

 이제 코로나 19로 인한 마스크 의무 착용이 권고 단계로 바뀌었으므로, 세계인의 한국 방문도 늘어날 것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오면 우리 고유의 전통을 체험하고, 음식 맛에 감탄하며, 후한 인심과 정을 느낄 것이다.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외국인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위생 상태는 기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필수 과제이다. 위생 상태는 면역력과도 직결되므로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의 멋진 문화를 세계인들이 멋짐 그대로 오롯이 체험할 수 있도록 다가오는 새 봄에는 우리 주변 곳곳의 위생 상태를 점검해 보면 좋겠다. 그리하여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우리의 전통 문화와 맛있는 음식과 후한 인심을 못잊어 하며 다시 한국을 찾게 하면 좋겠다.
 

박은숙 <원광대 사범대학 교수, 시민교육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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