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있었던 학생 ‘소희’를 기억하시나요…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인터뷰
전주에 있었던 학생 ‘소희’를 기억하시나요…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인터뷰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3.02.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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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리 감독 “비통하고 아픈 사건 알게 되며 우리의 내면 모습 함께 그려내“

 객사, 진북동, 노송동, 동문거리… 마을과 거리에서 출퇴근하고, 친구를 만나는 일상적인 사람들의 모습 속에 평범한 고등학생이자 콜센터 노동자인 ‘소희’도 있었다.

 영화 ‘다음 소희’가 화제가 되는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7시 10분에 전주 시네큐 영화관에서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정주리 감독과 김시은, 배두나, 정회린 배우가 참석했다.

 이 영화는 지난 2017년 1월 발생한 전주시 콜센터 실습생 사망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희는 춤추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특성화고 학생이지만, 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으로 선정된 콜센터에 출퇴근하며 점차 고통을 겪게 된다. 힘든 노동환경 속에서 소희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형사인 유진이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파헤친다.

 정주리 감독은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사건을 알게 되었고,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와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허환주 작)’등 관련 도서들을 탐독했다.

지난 9일 전주시 한 카페에서 영화 '다음소희'의 연출과 각본을 담당한 정주리 감독이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휘빈 기자
지난 9일 전주시 한 카페에서 영화 '다음소희'의 연출과 각본을 담당한 정주리 감독이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휘빈 기자

 정 감독은 “영화 속에서 아무도 내 책임이 아니라고 하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제가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그걸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지만 정작 희생자에게 이를 전가하는 모습 속에서, 이러한 사람들의 처지도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감독은 전주의 현장에 “작년에 한달여간 전주에 있으면서 시나리오에 적합한 공간 등이 서서히 눈에 띄기 시작했다”라며 “세트장을 만들어서 찍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전주, 익산, 완주 등을 돌아다니면서 찍는 것이 좋았다”고 답했다. 또한 현장에서 배우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살리고자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전작 ‘도희야’와는 달리 주인공 소희와 유진의 마주침이 적었던 것에 대해 정 감독은 “두 작품이 부분이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다음 소희’는 두 사람이 만나지 않았기에 생기는 비극이다”라며 “우리도 현실에서 누군가 옆에 스쳐 지나갈 수 있다. 그렇게 스쳐간 누군가를 형상화 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사건에 집중하는 유진의 분노가 우리가 내면에서 ‘왜 저런 일이 일어나야 했나’라는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에 함께하고 있다”며 “이러한 비통한 죽음이 왜 일어났는지를 소개한다면 앞으로는 희망 있는 미래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한편 ‘다음 소희’는 지난 8일 개봉했으며, 앞서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제75회 칸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 폐막작, 캐나다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감독상·아시아 영화 부문 관객상 등에 선정됐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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