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울은 기억이다 등 5권
[신간] 서울은 기억이다 등 5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02.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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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은 기억이다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은 다양한 이력의 약 1000만 인구를 감당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영위되는 텅 빈 무대로만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이 도시와 인연을 맺은 도시인의 삶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고, 도시는 그 하나하나를 담아내는 거대한 ‘기억의 저장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서울은 기억이다(서해문집·2만7,000원)’은 서울 사람들보다는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이 품어 온 오랜 기억을 모은 것이다. 도시 곳곳에 켜켜이 쌓여 있는 개개인의 각별한 경험은 무색의 공간을 다채로운 삶이 녹아든 애착의 ‘장소’로 바꾸어 준다.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암스테르담 젊은작가상, 한국장애인인권상을 수상한 젊은 작가 이길보라는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 아래에서 자라며 고통이 부정적인 의미만을 품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신작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창비·1만6,000원)’에서 그는 상실과 결여가 삶을 다른 방식으로 긍정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논픽션 작품들을 소개하며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접근할지 탐구한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삶을 단편화하지 않을 수 있으며, 우리의 세계를 확장해낼 수 있을 것이다. 공감이 훼손된 시대에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어느 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청소년 소설과 그림책 번역가로 잘 알려진 이경혜의 첫 에세이 ‘어느 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보리·1만4,000원)’이 출간됐다. 작가는 어린 시절 5년 동안 일기를 써 왔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고 그 사람을 따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숙제 검사를 맡기 위해 학교에 내야 하는 형식적인 일기가 아닌,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는 부끄러운 고백도 고스란히 담은 ‘비밀 일기’를 쓴 것이다. 그렇게 열세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는 50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고 지금까지 써 온 일기장만 해도 무려 150여 권이 된다. 그 경험을 독자들도 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은 소중한 책이다.

 

 ▲기죽지 마라 

 ‘기죽지 마라(돌베개·1만9,000원)’는 39명의 ‘우리’가 모여 함께 쓴 백기완 선생 2주기 추모집으로 21세기 한국 노동운동사가 되었다. 이 책을 쓴 이는 노동운동의 최전선에 선 노동자와 농민,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과 사회 활동가들로 현장에서 운동하는 이들이 백기완에 대한 그리움을 차곡차곡 쌓았다. 이들에게 선생은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기죽지 말라고 등 두드려 주시던 어른이었다. 돌아가신 지 두 해, 여전히 선생이 있던 자리는 뼈가 시리는 겨울바람이 분다. 그래도 선생을 존경하는 이들이 모여, “우리가 백기완이다!”를 외치며 오늘도 용감하게 한발 떼기를 한다.

 
 

 ▲일터의 설계자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팬데믹은 일터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대퇴사 시대를 거쳐 조용한 사직 열풍으로, 워라밸에서 워라블로 더 이상 직장에 헌신하지 않는 이들로 급격하게 세대 교체되고 있는 지금, 좋은 인재를 유치하고 오래 붙잡아 두려는 회사의 고민 또한 기어지고 있다. ‘일터의 설계자들(웨일북·1만7,000원)’은 우아한형제들의 핵심인 배민다움을 구성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 입사부터 퇴사까지 일 문화를 치밀하고 세심하게 설계해나가는 피플실만의 전략을 담았다. 더 나은 일터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새로운 혁신의 시작이자 든든한 무기가 될 터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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