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분, 나쁜사람, 나쁜놈
나쁜분, 나쁜사람, 나쁜놈
  •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 승인 2023.02.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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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사람은 무리 지어 생활한다. 집단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상호 보완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집단생활에서는 사회화를 요구한다. 책임과 의무를 분명하게 요구하고 준수하는 것이 ‘사회의 건강성’이다.

집단생활은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사자, 원숭이, 코알라, 늑대 등도 무리지어 생활한다. 사람과 동물 간 차이는 무엇일까. 사람은 상호 존중과 배려, 그리고 책임과 의무를 동시에 지킨다는 점이다. 강한 사람과 더 가진 사람이 자신보다 약하거나 부족한 사람을 돕고 나눈다. 반면 동물은 헤게모니(hegemony. 서열)를 최우선으로 한다. 집단의 생존을 위해선 우두머리의 자리에서 전체를 이끌거나 주동할 수 있는 권력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집단생활을 하다 보면 관계와 감정에 따라 사람의 형태를 ‘나쁜분’, ‘나쁜사람’, ‘나쁜놈’으로 구별해봤다.

먼저, ‘나쁜분’은 존경하지만 자신이 한계를 알게 해준 그런 사람이다. 필자에게 있어 ‘나쁜분’은 <기부천사>들이다.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펼치는 얼굴 없는 기부천사들은 ‘고마운분’이라고 해야 맞다. 하지만 필자에게 있어 기부천사들은 ‘나쁜분’이다. 필자 역시 그렇게 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 한계성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필자의 바람은 하루빨리 기부천사가 되는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더 많은 기부천사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나쁜사람’은 자신의 생활반경 속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관계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이다. 어떨 땐 고맙고 좋다가도 자기 멋대로 행동해 주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그런 사람이다.

끝으로, ‘나쁜놈’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행동을 하는 그런 사람이다. 집단의 건강성을 해치는 부류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집단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들 때문에 ‘네덕내탓’이란 말은 국어사전에서나 찾아야할 형편이다. 잘된 것은 내 능력으로 한 것이며, 잘못된 것은 네 잘못으로 이뤄진 결과라며 ‘내덕네탓’으로 돌린다.

그런 이유로 요즘 뉴스 보기가 겁난다. 도시가스 난방비 폭탄에 대중교통비와 생필품들의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가계생활이 팍팍하다. 그런데도 뉴스 대부분은 온통 전(前) 정권의 잘못만 뒤지고 있는 모양새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연유로 필자는 검찰이 ‘나쁜놈’의 한 집단이 아닌가 생각한다. 검찰은 온통 ‘이재명잡기’에 여념이고, 전 정권 실세들의 정책실패를 문제 삼아 법 심판대에 세우려고 혈안인 듯하다. 전형적인 ‘네탓정국’이라고나 할까. 사람들이 지금의 정부를 ‘검찰공화국’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유다.

언론도 ‘나쁜놈’의 한 집단이라는 생각이다. 지상파, 종편 모두 하루 종일 국민들의 눈과 귀를 괴롭게 한다. 소속 정당과 집단 편에 서서 출연자 모두가 상식을 벗어난 억지만 펴는 듯하다. 신문들 역시 검찰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방송이, 신문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 필자는 뉴스를 의도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경제문제도 그렇다. 최근 내놓은 경제정책을 보면 친(親)기업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마치 정부가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것 같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많아져 근로자가 살고, 근로자가 살아야 나라경제가 산다. 그런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기업만이 다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 그럴까. 최근엔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의료정책을 제시했다.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무쪼록 필자는 우리 사회에 ‘나쁜놈’은 줄어들고, 대신 ‘나쁜분’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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