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부모급여’ 제도의 명과 암
윤석열 정부 ‘부모급여’ 제도의 명과 암
  •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 박사
  • 승인 2023.02.0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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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되었던 ‘부모급여’ 도입이 지난해 12월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보습을 드러냈다. 본 제도는 국가가 영아가구의 양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출산 및 자녀 양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한 보편적 급여로 영유아 자녀를 둔 모든 부모에게 이례적으로 높은 현금을 지원하는 ‘영아수당’의 개정판이다.

  시행 첫해인 올해 정부는 한시적으로 만0세 70만원, 만1세 35만원의 부모급여를 그리고 내년부터는 만0세 100만원, 만1세 5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일차적으로는 출산과 양육 초기의 부담을 대폭 완화하고 나아가 함정에 빠진 저출산으로부터의 탈출을 궁극적 목표로 정조준하고 있다.

  정액 현금지원의 부모급여는 이름 그대로 정책 대상인 부모에게 비용을 직접 지원하여 즉각적인 경제적 부담 완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효과에도 부모급여가 2022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만2세 미만 아동에게 지급하는 영아수당(보육시설 이용시 월 50만원 바우처, 보육시설 미 이용시 월 30만원 현금 지급)과 지원금액만 다를 뿐, 대상이 중복되는 ‘다른 이름’의 ‘같은 제도’라는 점에서 혼란을 주고 있다.

  그 때문에 복지부가 영아수당을 지원금 규모가 더 큰 부모급여로 대체하는 제도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제도 도입과 정책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제도의 성공적 안착이 중요하다면, 정부는 영아수당과 부모급여의 제도적 차별성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나아가 부모급여가 지향하고 있는 ‘부모권’ 강화의 핵심이 무엇인지 분명히 제시해야만 한다.

  이러한 문제는 현금성 부모급여가 시설양육보다 가정양육을 선택하게 하는 부모의 선택권 강화 논리와 연결되어 있다. 특히 영아 내에서도 연령이 감소할수록 기관보육률이 감소한다는 전국보육실태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부모급여가 특히 0세아에 대해 가정양육의 선호도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보육서비스 질 관점에서 볼 때, 가정양육이 보육시설에서의 양육보다 꼭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물론 가정보육 주체자인 부모들이 육아휴직과 함께 가정보육에 전념한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부모들이 양육비 부담 완화와 소득 보전이라는 부모급여 도입 취지와 달리 급여로 받은 매력적인 현금을 오남용하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에 빠진다면, 정책의 가시적 효과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이 보장되지 않은 저소득 여성이 가정보육을 선택한 결과로 원치 않는 장기간 경력단절을 경험하게 된다면, 이는 부모급여가 유인하는 또 다른 덫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모급여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왜 육아휴직제도, 여성고용 촉진정책 등 노동권 보장이 함께 고려되고 논의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부모급여는 출산율 저하를 완화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이래로 지금까지 16년간 272조 이상의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었던 저출산 정책은 합계출산율 0.8이라는 실로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현금성 양육비 보조 성격인 부모급여가 신선하지 않은 이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급여의 전격적 실시는 영아의 가정보육을 장려하는 신호가 되고 있다. 결국, 시설 보육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는 단지 몇몇 보육시설의 경영상 파산을 넘어 영아 보육서비스의 공급 및 질 확보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모급여가 보육과 돌봄의 국가책임이라는 대전제하에 보육공급 주체들이 부모급여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통합적 접근과 정책적 보완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이다.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 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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