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도 늙지 않는 노년의 삶
늙어도 늙지 않는 노년의 삶
  • 김동수 시인
  • 승인 2023.01.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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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시인 / 전라정신연구원장<br>
김동수 시인 / 전라정신연구원장

스웨덴의 심리학자 라스톤스탐은 만족도가 높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하면서 그들의 심리적 특징을 조사해 보았다. 그에 따르면 삶의 만족도가 높은 노인들은 자기 자신과 인생에 대해 새로운 초월적 관점, 곧 ‘심리적 성숙’을 나타났다. 그것은 ‘물질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세계관’에서 ‘우주적이고 초월적인 세계관’으로의 전환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삶의 만족도를 증가시켜 줄 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한 불안도 완화시켜 준다고 했다.

이러한 노년 초월을 심리학자 권석민 교수는 그의 ‘노화의 심리적 의미’에서 세 가지의 심리적 변화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자기 존재와 ‘늙어감’의 실존적 상황을 우주적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심리적으로 성숙해 가는 노년 초월을 경험하는 노인들은 자신이 우주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살아있는 모든 것 일부라는 느낌, 과거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그리고 자신이 과거와 미래의 연결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둘째, 현재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한다. 이기적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한 모습을 지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운 태도를 보인다. 육체에 대한 집착과 자신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는 이기적인 삶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후원하는 이타적(利他的)인 삶으로의 변화를 보이며 삶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의 조화를 꾀한다.

셋째, 대인관계를 비롯해 사회적 관계 전반에서 변화가 나타난다.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진실하고 깊이 있는 관계로 나아가고, 사회적 역할과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태도를 지니게 된다. 과거 자신을 억압했던 불필요한 관습과 규범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행동한다.

젊은 시절에는 옳고 그름 또는 선과 악에 대해 확신했지만, 노년기가 되면 그런 판단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을 초월해 너그러움과 유연함이 증가하고, 후속 세대의 행동에 섣부른 판단과 충고에 신중을 기한다.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초월적 사유’로 나아가지만 모든 노인들이 노년 초월에 이르는 건 아니다. 약 20%의 노인들만이 노년 초월의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노인들이 우울과 불안의 고통에 시달리는 건 가난, 질병, 고독의 결과라기보다 노년기의 내면 성숙 과정이 지연되거나 정체된 결과라 본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기에 중년기에 지녔던 가치, 흥미, 활동이 노년기에 그대로 이어지며 노년 초월(성숙)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노년기에 이르러 그동안의 삶에서 고집했던 것들로부터 자유와 초월을 경험하는 마지막 성장을 하기도 한다. 인간의 발달과 성숙은 평생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년 초월’은 노년기에 이뤄지는 중요한 심리적 성숙 과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 위해 어떤 이들은 여행과 독서 그리고 새로운 취미 생활을 권하기도 한다. 그것들의 진정한 의미는 지루한 일상의 탈출이다. 노인에게 여행과 독서는 항상 새로운 경험에서 오는 설렘이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쉽고 편하고 익숙한 것에만 매달리다 보면 삶이 무료하고 게을러지지만, 여행과 독서와 같은 낯섦과의 만남은 거기에서 새로운 자극과 생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살아온 진정한 삶의 가치는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드러난다. 그러기에 편안하고 여유로운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 이웃과 더불어 재미있게 살아야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생명의 불꽃이 꺼지는 순간까지 모든 것들을 담담하게 생각하며 행복과 기쁨을 정신적 차원에서 얻어야지 물질과 명예에서 찾으려 드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노년의 자세라고 본다. 오직 한번 밖에 누릴 수 없는 오늘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사랑과 용서와 감사 그리고 너그러움으로 늙어도 늙지 않는 노년의 삶이 되었으면 한다.

김동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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