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노령화시대, 지역문인단체의 역할
초고속 노령화시대, 지역문인단체의 역할
  • 정영신 前 전북소설가협회장
  • 승인 2023.01.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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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 前전북소설가협회장
정영신 前전북소설가협회장

계묘년 새해다. ‘HAPPY NEW YEAR!’ 메시지를 보냈던 신정도 지나고 구정 설연휴도 지나갔다. 이제 정월 대보름이 다가온다. 영하 50도 빙하기를 재현하는 듯 전국이 영하 18도를 오르내리며 북풍한설 혹한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설 명절을 고향에서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귀경길마다 폭설과 매서운 찬바람에 고속도로 국도 모두 길이 막혀 몇 시간씩 갇혀 가면서 힘들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홀로 계신 노부모와 고향산천을 만나고 가는 짧은 행복감 때문에 모두 그 며칠의 불편을 감내한다. 하지만 집집마다 돌아온 가족들로 인해 웃음꽃이 피고 북적거렸던 것은 아니다. 뉴스를 통해서 다들 접했듯이 설연휴를 맞이하여 홀로계신 75세의 부친을 찾아갔지만 이미 혼자 마당에 쓰러진 채 사망해 있었다.

도시의 쪽방촌이나 시골마을의 외딴집 등 이혼이나 배우자 사망 가족간에 또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고립되어 독거 중인 노인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연금으로 넉넉하게 노년을 즐기며 살아가는 직장인 출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30여만 원의 노령연금과 자녀들이 주는 몇 푼의 용돈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게다가 노인들 대부분이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 지병이 있어서 그 약값과 병원비도 상당한 금액이다. 그런데 2020년부터 작년까지 3년 동안 코로나 여파로 인해 용돈을 주던 자녀들의 경제 상황도 최악이었다. 공무원이나 회사원 등 월급을 받는 근로자를 제외하고는 영세 식당과 실내스포츠 관련 종사자 등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거의 폐점에 실직자 신세였다. 그러다보니 자식들의 도움을 받던 경제력이 상실된 노부모는 기초수급비에 의지하거나 폐지를 주워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갔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1킬로그램에 180원 하던 폐지 값마저 60원으로 떨어졌다. 새벽부터 몇 리어카를 실어 날라도 하루 3천원 벌던 폐지수입이 이제는 천원도 벌기 힘들어졌다. 그러니까 폐지로 한 10만원 정도 벌어서 고혈압 당뇨병 등 약값에라도 보탰는데 이제 그 폐지벌이마저도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주로 노인들이 대부분인 농어촌의 실거주자가 확연하게 줄고 있다. 도내 산촌 오지 마을 등 곳곳에 드문드문 보이는 빈집이 50%에 이른다고 한다. 두 노부부가 밭농사라도 힘껏 지어가며 살아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혼자가 되면 고립감으로 대부분 병을 앓게 되고 도시에 나가 있는 자녀들이 혼자 된 부모를 돌볼 형편이 되지 않아 요양원에 보내게 되는데 한 2년이나 3년 정도 사시다가 대부분 생을 마감하게 된다.

전북도내 문인들도 대부분 연로하다. 전북문협 소속 문인들의 평균나이도 60대 후반 70대에 가깝다. 그래도 연로하신 원로 문인들이 바람도 쐬고 모처럼 문우들과 담소도 나눌 겸 문학답사나 지역 행사 때에 지팡이에 의지해서라도 꼭 참석을 해 주신다. 전북문협 김영회장은 1월1일에 세배나 다름없는 신년하례식을 열고는 팔순의 원로문인들께 정중히 인사를 드렸다. 또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 신청기간에도 인터넷 접수를 어려워하시는 연로하신 문인들을 위해 전북문협의 김영회장을 비롯한 임원진과 젊은 문인들이 제출 서류를 안내하고 신청절차를 도와드렸다. 참 아름다운 전북문협 문인들의 미담이다.

그런데 전북문협의 미담과는 상반된 씁쓸한 고담(苦談)도 존재한다. 도내 한 문협단체는 윤흥길 작가의 저수지관리 ‘완장’ 같은 그 ‘완장’하나를 더 오래 달기 위해 대부분 연로한 회원들이 대부분인데 연회비를 내지 않은 문인들은 회의에도 참석하지 말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하여 정신적으로 상처를 주고, 타 문인들의 회장선거 출마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전후 사실확인도 없이 회비 미납자는 제명처리한다며 긴급임시총회까지 열었다고 한다. 또 회장출마를 위한 위장전입설에 휘말려 상부의 인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게다가 출향민을 회원가입에서도 배제시키려다가 회원들의 반대로 취소했다고 한다.

지난 3년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경제적으로도 다들 힘든 이 시점에 회비 안 낸 문인들에게 회의에도 참석하지 말라는 통보를 하고 제명을 거론하다니 문학의 마지막 목적이 우리의 가슴을 따스하게 하는 감동을 주는 것인데 문인들의 단체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참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지역의 지자체장은 그 지역 예술문화단체에 지원금을 억대로 증액해 준 상황이다. 이 지역의 연로하신 문인들은 그 지역 문단의 작금의 현실에 대해 한심해 하고 문단의 앞날에 대해 큰 걱정을 하고 있다.

모든 예술의 마지막 목적지는 인류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역시 문학의 마지막 목적도 감동이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3년이나 다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이 시점에 글로써 감동을 주어야 하는 문인들의 단체에서 회비를 내지 않았다고 참석조차 말라는 통보를 하고 개인적인 완장 욕심으로 절차도 무시한 선거 등을 강행해 연로하신 문인들의 원성을 사는 것은 진정 문인으로서의 자세를 망각한 처사인 것 같다.

일제 강점기 계몽운동과 독립운동의 중심에 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선구자적 역할을 했듯이, 지성인의 대명사인 우리 문인들이 연로하신 원로 문인들을 잘 섬기는 등 앞으로도 초를 다투며 변하는 21세기, 민중들의 바람직한 정신적인 선구자가 되기를 바라본다.

 

정영신 <前 전북소설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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