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생애주기를 위하여
‘모두’의 생애주기를 위하여
  • 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 승인 2023.01.2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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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대한민국의 생애주기에 따르면 내년에 마흔이 되는 필자는 인생에서 중년을 맞는다. 40세에서 49세가 중년, 50세에서 64세를 장년, 65세 이상을 노년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생애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애주기는 무엇으로 구분하고 어떻게 정하는 것인가? 올해까지 청년이었다가 내년이 되면 하루아침에 중년이 된다는 것이 뭔가 어색하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을 한 가지 기준으로 분류하는 사회적 나이보다는, 어떻게 하면 ‘나’라는 개인의 삶의 주기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을지 고민이다.

우리는 생애주기에 따라 건강검진을 하거나 결혼과 출산을 통해 가족을 확대하고, 평생교육을 통해 시기별로 맞춤형 교육을 제공받거나 은퇴 시기가 오기 전에 노후대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국가 역시 국민의 삶을 주기로 나누고 그 주기에 맞는 다양한 지원정책을 개발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임산부 및 영·유아 보육을 위한 지원을 통해 출산을 장려하고, 청년에게는 주택자금 지원, 중장년을 위한 질병치료비 지원, 또 노인일자리 지원과 노인복지 정책 등 빠른 속도로 증가한 기대수명에 대응한 생애전환기 인구정책과 금융제도들은 지자체장 선거에 자주 등장하는 공약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람의 생애주기로 인해, 자칫 편견을 만들거나 누군가를 소외시키기도 한다. 이웃의 4살배기 우송이는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뛰기도 하고, 한 단어씩 겨우 옹알거리던 말문은 문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우송이의 엄마, 아빠는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또래들에 비해 아이의 말이 늦는 것에 대해 조급함을 보이고 있었다. 사람이 평균적으로 80세를 산다고 생각했을 때, 겨우 몇 달의 차이로 말 배우기의 속도를 ‘늦었다’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한편, 마흔을 훌쩍 넘어 쉰의 나이에 가까워진 사촌 언니는 올해도 명절에 본가를 찾지 않았다. 가족들은 ‘애가 있었으면 벌써 학교 갔을 나이’라고 이야기했다. 결혼, 출산 등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생애주기별 통과의례는 사촌언니를 명절에 내려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한창 예쁠 나이, 한창 공부할 나이, 한창 결혼할 나이…. 이런 개념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복잡하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그 기준과 근거는 문화와 시대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하고 바뀌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정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그 잣대가 늘 사람이 아닌 사회에 있지는 않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특히 자치분권의 시대가 현실화 되면서 우리는 국가의 정책보다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의 작은 정책들에 더욱 가깝게 맞닿아 있다. 따라서 사람의 삶을 더욱 미시적으로 들여다보고 더 작은 범위에서의 맞춤형 생애주기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전 국민의 생애주기가 아닌, 귀농인의 생애주기,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 홈스쿨링을 하는 학령기 청소년의 생애주기와 같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새해에는 많은 이들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마음가짐을 달리하곤 한다. 정책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SNS를 통해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삶의 기준과 목표를 찾기보다는 나와 내 가족에게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생애주기 계획을 세우기를 바란다. 그래서 4살배기 우송이의 말 배우기 속도보다는 건강한 머리카락과 예쁜 노랫소리를, 가족들에게 노처녀로 낙인찍힌 사촌언니에게는 20년 넘게 혼자 힘으로 쌓아온 그녀의 빛나는 커리어와 노력을 응원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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