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상상하기(19) - 불가근불가원이라고요?
작은 학교 상상하기(19) - 불가근불가원이라고요?
  • 윤일호 장승초 교사
  • 승인 2023.01.18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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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거의 사라진 가정방문.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장승학교에서는 지금도 학년 초면 두 주에 걸쳐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가정방문을 한다. 한 달 정도 아이와 지내면서 겪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정에서 아이가 어찌 지내는지 또 담임교사가 한 해 동안 어떻게 지낼지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 집을 가보면 대번에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수많은 자료를 만날 수가 있다.

 ‘아, 아이가 이래서 그렇구나.’,

 ‘어? 내가 몰랐던 부분이네?’하며 부모와 아이의 처지를 살필 수 있다. 장승학교에서 지금까지도 해마다 가정방문을 하는 가장 큰 까닭이다.

 

 킹콩 선생님이 방문하신 날 / 배소영(장승초 3학년)

 학교 다녀와서 옷을 갈아입고,

 샐러드를 하려고

 도마와 칼을 꺼낸다.

 채소를 꺼내

 아빠가 씻어주었다.

 칼로 채소를 자르고,

 아빠도 채소를 같이 잘랐다.

 아빠는 고기를 삶아서

 먹어보았는데 정말 맛있다.

 밥을 다 준비했다.

 킹콩 선생님이 왔다.

 그래서 밥을 먹었다.

 정말 맛있다.

 아빠가 킹콩 선생님이랑

 차방에 갔다.(2014.3.24)

 

 ‘불가근불가원’이라는 말이 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말이지만 학부모와 교사가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좋지 않으니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학부모도 선생이 부담스러운 존재겠지만 선생에게도 학부모는 사실 부담스러운 존재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만나지만 편하고 가깝게 말하기엔 조심스럽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때 학부모와 교사 관계는 참 어렵기만 하다. 많은 교사가 퇴근 후에는 아예 학부모 전화를 받지 않거나 휴대폰을 두 개 쓴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결혼도 하고, 나이가 있는 남자 교사야 조금 덜 하겠지만 나이가 적고, 미혼인 여선생님들은 학부모 대하기가 참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종종 언론과 방송에서는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선생을 때렸다느니, 대놓고 욕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부모 처지에서 선생을 만나는 것은 어떨까? 부모도 물론 담임선생님이 가장 어렵다. 정작 솔직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혹시나 우리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해서 선뜻 용기 내어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승학교에서 두 달에 한 번 학부모·교사 다모임을 하고, 해마다 1월 마지막 주에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함께 공동연수를 한다. 가정방문, 상담, 다모임, 공동연수를 하며 되도록 자주 만난다. 그렇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친해지게 되고, 서로를 믿는 마음도 생긴다. 그래서인지 장승 학부모들은 교사들을 절대 신뢰한다. 또 학부모들끼리도 친하게 지낸다. 큰 학교에서 그렇게 흔하다는 학부모 민원을 장승에서는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으니 그 믿음은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아이가 교사에게 혼나고 와도 “오죽하면 니네 선생님이 그러겠어?”하고 오히려 교사 편을 들 정도다.

 교사와 학부모가 좀 더 가까워지고, 신뢰 관계를 회복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답은 오히려 간단하다. 모든 사람의 관계가 그러하듯 자주 만나고, 자주 이야기하는 것.

 

 윤일호 장승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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