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 수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12. 슈퍼토끼의 결심(프란치스카 비어만/주니어김영사)
김헌 수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12. 슈퍼토끼의 결심(프란치스카 비어만/주니어김영사)
  • 김헌수 시인
  • 승인 2023.01.18 15: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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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묘년 새해. ‘계’는 색깔로는 오방색 중 검은색을 뜻하고, 열두 해 동물 중 토끼인 묘가 만난 해여서 ‘검은 토끼띠 해’라고 부른다. 아이들과 토끼의 해인 2023년 첫 책으로 토끼가 등장하는 책을 읽어보았다. 어린 시절 전래동화로 읽었던 토끼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토끼부터 여러 갈래로 뻗어있는 토끼를 만날 수 있었다. 토끼는 지혜롭고 영리하며 민첩하고 사람들과 친숙한 동물이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친다’ ‘놀란 토끼눈’ ‘토끼 같은 자식’등 속담이나 표현에서 보듯 우리의 일상 문화 속에 자리하고 있다. 동화나 동요, 판소리, 시와 소설 에 주요 소재로 활용돼 왔다.

  <슈퍼토끼의 결심>은 동물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동화다. 고대토끼와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결합해 펼쳐지는 생활 판타지이다. 갑자기 슈퍼토끼가 된 소년을 통해 학교의 비밀과 아이들만이 공유하는 이야깃거리를 펼쳐낸다. 동화의 매 페이지를 만화로 채워 읽는 재미도 있다.

  열한 살인 로베르트는 텔레비전, 학교에 가지 않고 혼자 있는 것, 과자를 제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엄마는 이런 것을 몹시 싫어한다. 보다 못한 엄마는 어느 금요일 밤에 로베르트에게 엄청난 양의 야채를 먹게 한다. 평범한 저녁식사 후에 로베르트는 커다랗고 까만 토끼발이 바지에서 튀어나오면서 거대한 토끼가 되었다.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엄마와 달리 로베르트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며 깡충 뛰고 빙그르 돌며 소리를 지른다. 그렇게 토끼가 된 로베르트는 검고 빛나는 토끼털, 4미터나 되는 점프력, 토끼언어를 알아듣는 능력을 장착하고 학교스타가 된다. 이런 로베르트를 지켜보는 토끼 무리, 누랄라구스 럭스는 고대 희귀종 토끼로 헤르만 이거 학교 생태학습장에 산다. 그런데 이 토끼들의 터전이 위협을 받는다. 토끼들은 로베르트를 보며 구원자가 나타났다고 좋아한다. 로베르트의 등장을 위대한 토끼신이 응답한 것이라 생각했다. 로베르트에게 토끼의 말이 술술 들리기 시작한다. 토끼들은 로베르트에게 페촐드교장선생님이 생태학습장에 체육관을 세우려는 것을 막아달라고 한다. 토끼가 되고 보니 학교목장에 있는 염소의 말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 염소들은 괜히 우는 게 아니었다. 관리인이 염소들에게 밥을 덜 주었기 때문에 배가 고파 우는 거였다. 토끼가 되어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체육관 건설을 막아야 했다. 도입부의 만화처럼 표현되는 누랄라구스 룩스의 이야기도 인간과 토끼의 관계도 흥미롭다. 현실 어디에나 있을법한 아이 로베르트, 현실적인 설정에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의 조합이 동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유쾌한 그림과 엉뚱 발랄한 이야기, 그리고 책 곳곳에 숨어있는 황금똥을 찾는 재미가 책장을 자꾸만 넘기게 만든다.

  꼭 새 체육관이 필요한 걸까? 토끼의 마지막 터전을 빼앗으면서까지?

 만약 내가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 세상을 바라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지후와 현지는 지구라는 공동체 안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감내해야 할 조금의 불편함은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면 이전에는 가질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점과 생각이 떠오른다는 사실이에요.’ 195페이지에 나와 있는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했다. 슈퍼토끼의 결심을 응원하면서

 김헌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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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2023-01-20 19:43:41
제목 수정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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