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는 참 정겹다
손편지는 참 정겹다
  • 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 승인 2023.01.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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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박영삼 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나는 병원에서 손편지를 많이 받는 편이다. 간단한 포스트잇 손편지부터 카드 그리고 장문의 편지까지 받는다. 손편지의 대부분은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치료를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술 전에 기도해주시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일깨워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실습하는 동안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내용이다. 어떤 편지에는 박영삼 의사라고 쓰여있는 명찰을 단 의사를 한쪽에 그리고, 동그라미 글자를 모두 잎사귀가 달린 사과 모양으로 그린 예쁜 손편지를 받은 적도 있다. 또한 병원 홈페이지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려서 조그마한 액자에 넣어 오시며 감사하다는 손편지를 쓰신 분도 있다. 이런 손편지는 많은 일에 힘들고 고단한 하루에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해주고 힘이 많이 되어 주는 것 같다.

손편지 중에 가끔은 환자들이 부탁하는 내용도 있다. 예를 들면 ‘과장님, 죄송한데 진료하실 때 몰래 남편에게 술 조심하라고 얘기 좀 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이런 부탁까지 해서….” 라는 내용도 있었다. 또한 한탄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기도 한다. “힘들게 치료 중인데 남편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스트레스예요. 스트레스가 병을 악화시켜 큰일 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세요.” 등의 글을 보기도 하는데, 보호자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을 했던 적도 있다.

많은 손편지 중에서도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쓴 성탄 카드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수병원 의사 선생님께, 박영삼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000엄마의 딸 초등학교 3학년 000입니다. 아픈 저희 엄마를 고쳐주고 계시는 의사 선생님께 많이 많이 감사해요. 사랑하는 저희 엄마를 잘 부탁드릴께요. 예수님의 사랑과 은총이 늘 함께하시길 기도할께요. 선생님! 사랑해요. Merry Christmas.” 하트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삐틀삐틀한 글자로 쓴 어린 보호자의 크리스마스카드에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많이 들어 있어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런 손편지 하나하나가 나에게 온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연말연시가 지나고 이제 곧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멋지고 아름다운 사진과 이모티콘을 이용하여 톡이나 문자로 안부 인사를 전해온다. 사람들은 좋은 사진과 이모티콘을 받으면 저장도 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이 방법은 많은 사람들에게 단체로 보낼 수 있어 간편하고 편리하다. 나는 가끔은 어릴 때나 연애할 때처럼 카드나 예쁜 편지지에 한자 한자 손편지로 써서 안부를 전하기도 하고, 받았으면 하는 생각도 하곤 한다. 나는 손글씨를 잘 쓰지 못한다. 잘 쓰지 못하는 글씨 탓에 내가 쓴 글씨도 가끔은 알아보지 못해 잘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 앞에서 글씨를 쓸 때면 부담스럽고 어렵기까지 한다. 손글씨 쓰는 것이 나의 콤플렉스인 셈이다. 그래도 길지는 않지만, 천천히 손편지를 쓰려고 노력하고, 둘리 그림이나 꺼벙이 그림을 추가로 넣어 마음을 전하려고 한다. 예쁘지는 않지만 삐틀삐틀한 글씨일지라도 한자 한자 적어 손편지를 보내면 받는 사람이 감동 받았다는 피드백을 전해오기도 한다. 정성이 담긴 손편지는 참 정겹게 느껴진다. 편지 쓴 이의 마음이 받는 이의 마음에 와 닿는다.

박영삼<전주 예수병원 유방갑상선혈관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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