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주장에 숨긴 의도
중·대선거구제 주장에 숨긴 의도
  •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23.01.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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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기에 김진표 국회의장의 발언이 더해지면서 선거법 개정 논의가 피어오르고 있다. 대통령이 공식담화도 아니고 특정신문사와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선거구제 개편을 이야기한 것도 옹색한 모양새이지만 정치적 꼼수가 드러나 보이는 행보라고 본다.

선거법 개정 논의는 어차피 할 수밖에 없다. 위성정당을 만들어낸 현행 선거법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기억이 생생하다. 정치적 다양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더니 연동형비례제를 누더기로 만들고 결국 국민들을 우롱하는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결국 거대 양당의 잔치로 끝난 지난 국회의원 선거를 똑같이 반복할 수는 없다. 당연히 선거법 개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윤석렬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민주당은 기회를 놓쳤다. 민주당은 정치개혁 프레임이 아니라 중대선거구제 프레임 속에서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

중대선거구제는 현행 승자독식 소선구제도 보다는 진일보한 제도라고 볼 수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첫째, 어차피 선거 결과 의석이 거대 양당에 수렴되는 2인 중대선거구를 막아야 한다. 2인 선거구가 될 경우 수도권에서 거대 양당이 반분하는 결과가 될 것이고 영남과 호남에서는 2등까지 거의 같은 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 독점의 기득원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수도권에서 거대 양당이 나눠 먹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3인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된다면 소수 정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수는 있으나 이 역시 거대 양당 중심의 득표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 예상된다. 더욱더 큰 문제는 도시 중심의 정치가 강화된다는 점이다. 인구가 많은 도시의 표가 중요하고 농산어촌의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관심 비중이 낮아지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 국회의원수가 전체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넘는 상황에서 작은 지역의 정치적 대표성이 더 줄어드는 것이다.

셋째,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북의 국회의원 의석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인구감소로 인해 익산에서 1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의석수를 지키기 위해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선거구 조정은 소선구제나 중선거구제와 상관없이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다.

우리지역 입장에서 볼 때 과연 실익도 없는 중선구제 논의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현행 의석수를 지키지 못하는 선거법 개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말로만 인구소멸 위기, 지역 붕괴 위기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국회의원 의석수가 줄어드는 만큼 지역 붕괴 속도가 빨라진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참에 단순히 선거제도 개혁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개혁 전반에 대한 논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수정당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정당법을 개정하는 한편 거대 양당의 의석수만 늘려주는 위성정당 방지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치개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유권자의 투표 결과가 의석수에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인구소멸, 지방소멸의 위기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권역별 연동형비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지역은 지역의 이익을 반영하는 정치제도를 만들라고 주장해야 한다. 거대 양당의 정치적 꼼수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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