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청과 전북경찰청, KBS방송국, 삼천 수변공원, 아파트단지 등이 사면을 둘러싸고 있는 곳이 바로 옛 대한방직 공장 터다. 소위 가장 핫한(?) 자리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 전통문화 관광거점도시’인 전주시의 신흥개발지역의 한 복판이기에 시민들의 관심 또한 크다.
하지만 잡풀로 우거진 채 수년째 방치되어왔다. 전주시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곳이라고 시민들은 지적해왔다. 이유인 즉은 개발을 할 경우 특정 업체에 막대한 개발이익을 주는 ‘특혜의혹’ 때문이었다는 게 그동안 언론에 비친 내용들이다.
전북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전주시, 특히 가장 한국적인 도시이자 대한민국 관광문화거점도시인 전주시에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가 없다. 당연히 ‘마이스(MICE)산업의 불모지대’란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특혜 의혹’이란 비판 때문에 모두가 손을 놓고 지금까지 방임, 방치해온 것이 아닌가 전주시민의 한 사람인 필자는 생각한다.
경제학자들은 현대산업사회에서 중요시되는 산업이 ‘마이스산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환경파괴를 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굴뚝없는 산업’이라고도 한다. 요즘 확산되고 있는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 등을 말하는 ‘ESG 경영’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한다.
마이스산업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박람전시회(Events & Exhibition)를 융합한 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가 컨벤션 사업을 계기로 경제 도약의 전기를 맞이하면서 등장했다. 마이스산업의 중심시설은 컨벤션센터와 호텔, 쇼핑센터 등이라고 한다.
도시브랜드 제고, 지역경제 활성화, 청장년 일자리 창출, 문화향유기회 확대 등 순기능 때문에 국내 각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컨벤션센터 구축에 공격적이다. 하지만 전주는 그간 말만 무성했지 이뤄낸 것은 하나도 없다. 한옥마을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이 갈 정도다.
대한방직 터 개발과 관련해 특혜의혹이 두렵다면 전북도와 전주시, 개발업체는 전북과 전주시의 미래가치를 놓고 ‘큰 담판(?)’을 벌여서라도 개발에 속도를 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내어줄 것은 내어줘 전주시를 고품격 문화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지난 연말 대한방직 터 사면에 높은 담장이 쳐졌다. 업체는 철거 개시하면서 비전선포식도 가졌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필자는 대규모 아트페어가 개최되고 그 안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그렸다. 행복했다. 화가란 직업 때문일까. 그간 필자는 서울, 일산, 부산, 수원, 광주 등 타지에서 개최되는 아트페어에 참가해왔다. 그럴 때마다 작품운송비, 체류비 등 금전적 지출이 너무 컸다. 금전적 부담도 부담이지만 그 보다는 전북지역 화가의 한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했다.
최근 보도된 내용을 보면 7만평 땅에 2조원을 들여 날씨 좋을 땐 새만금이 보이는 초고층 관광전망타워를 비롯해 컨벤션센터, 특급호텔, 백화점, 문화시설, 아파트, 지상공원 등을 건설한다는 게 개발업체의 설명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전북과 전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지금도 모르겠다. 대한방직 터가 언제, 어떻게 개발되는지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 외에는 전무하다. 그런데 언론 보도내용 또한 명확한 게 없어 보인다. 개발 업체는 무지개빛 풍선만 띠울 것이 아니라 전북도와 전주시가 수용 가능한 개발계획안을 내놓아 민관이 협력하는 우수개발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정희<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