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상상하기(18) - 아이들 삶과 맞닿은 진로 체험
작은 학교 상상하기(18) - 아이들 삶과 맞닿은 진로 체험
  • 윤일호 장승초 교사
  • 승인 2022.12.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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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진로 체험이라고 하면 서울이나 경기도에 있는 한국 잡월드나 키자니아 정도가 거의 전부이던 시절이 있었다. 새벽에 일찍 출발하거나 1박 2일 코스로 가고는 했는데 작은학교에서 단체로 참가해 종일 체험을 하면 서너 개 또는 네다섯 개 정도 체험할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지역마다 진로 체험 기관이 생겼고,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덕분에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현재와 미래의 직업을 탐색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재미난 활동을 하면서 호기심이 생겨 새로운 직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넓어졌다.

 이렇게 많은 체험센터가 생기면서 좋아진 것도 있지만 아쉬움도 몇 가지 있다. 우선 진로 탐색이란 게 잠깐 들어가 몇십 분 체험을 한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백화점처럼 직업이 진열된 공간에서 순간순간 잠깐 들어가 탐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초등학생 수준에 맞는 이야기를 듣기는 어렵기도 하다.

 작은학교에서 단체로 기관에 가는 것이 편하고 좋은 점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아이들 수준이나 학년에 맞게 좀 더 피부에 와닿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선배와 만남이었다. 장승초를 졸업한 선배들에게 장승초는 어떤 학교였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 말이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대학은 어떤 과에 진학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올해는 대학에서 음악, 역사, 경영, 언어, 교육학을 전공하는 졸업생 다섯을 초청했다. 아이들은 장승초를 졸업한 선배들 모습이 신기했던지 많은 관심을 보였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40분씩 두 선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였더니 모든 선배의 이야기를 다 듣고 싶은 아이들이 많았다. 자신이 선택한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귀를 쫑긋하고 들었다. 또 호기심 어린 눈으로 궁금했던 많은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물론 선배들도 후배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떨림을 이야기했다. 나름으로 대학을 소개하는 피피티도 준비하고, 장승초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다. 자신이 다녔던 장승초는 어떤 학교였고, 자신 삶에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자랑스럽게 후배들에게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선배가 후배를 만나면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도, 그 선배를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들 모습도 그 자체로 감동의 자리였다.

 행사를 마치고 후배들은 선배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한 마디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또 선배 사인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제법 되었다. 선배들은 그런 상황이 좋았는지 행복한 표정이 가득했다. 끝나고 교무실에서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웃음 가득한 얼굴로 자신들에게도 감동스런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배들은 선배들대로, 후배들은 후배들대로 장승초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기회가 되었다.

 학교라는 곳이 그냥 졸업하면 끝나는 곳이 아닌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큰 힘을 주고, 성장하는 과정에 좋은 에너지를 주는 힘이면 좋겠다. 선배와 후배가 연결되는 느낌, 학교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

 

 윤일호 장승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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