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적법 판결 파장, 의료계의 강력 반발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적법 판결 파장, 의료계의 강력 반발
  •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2.12.28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2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8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진료하는 것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제도·인식의 변화 등을 고려해 새로운 판단기준이 필요하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적법 판결에 대한 의료계 내부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등 의료단체와 학회는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며 총력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의협을 비롯한 각 학회는 “2년여간 초음파를 68회나 사용하고도 자궁내막암 2기를 진단 못한 한의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대법원의 잘못된 결정을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살펴보면 한의사 A씨가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총 68회 여성 환자에게 초음파 기기로 진단하면서 침 치료, 한약 복용 등 한방치료를 하였으나 증상 호전이 없어 환자가 한 대학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자궁내막암 2기 진단받아 검찰에서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던 사건으로 자궁내막암이 진행되는 것도 알지 못했던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1, 2심의 의료법 위반 판결을 대법원이 사건에 대하여 파기환송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한 근거를 보면 “한의사가 모든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지만,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였다. 비침습적인 초음파 진단기기는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방사선이 나오거나 환자의 몸에 손상을 가하지 않는 등 검사 자체의 위험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공중 보건에 위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과거 헌법재판소는 여러 번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결정했으나, 당시와 비교해 최근 국내 한의과대학이 (한의학 전통 방식이 아닌 현대의학 방식에 따른) 진단학과 영상의학에 대한 교육과정을 지속해서 강화했다”며 그 판결 이유를 들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2년(2010헌마109, 2009헌마623)과 2013년(2011헌바398) 뿐만 아니라 2020년 6월 25일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2014헌마110, 2014헌마177, 2014헌마311 병합)에서도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대법원은 비침습적인 초음파 진단기기는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공중 보건에 위해가 없다고 판단한 점에 대해 초음파 진단의 경우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숙련된 임상의들이 하지 않으면 정확한 판독을 담보할 수 없으며 진단기기가 검사 자체의 위험성이 낮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단과 판독의 전문성과 정확성이 중요함을 간과한 판결이라고 주장한다. 아무리 안전한 검사라도 판독하는 의사의 오진에 따른 문제가 환자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공중 보건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의를 포함한 대부분 의사는 의과대학에서 당연히 영상의학과 진단법을 배우고 시험도 통과했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면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 등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하고 있다.

의사는 의사 면허가 있으면 초음파 기기를 통해 합법적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당연히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면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해당 분야 임상의에게 의뢰하고 있다. 초음파 검사가 비교적 안전한 검사이지만 오랜 수련을 통한 경험이 없는 경우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간담도내과, 심장내과 등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과 시술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 장기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초음파 영상에 나오는 병변의 양상도 수년간 훈련을 통해 익힌 경우이다. 초음파 기기를 자주 다루는 전문의들도 자신의 분야가 아닌 경우 해당 전문의 혹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진단과 평가를 의뢰하는 것이 의료계에서는 당연한 원칙으로 정해져 있다.

“대한민국의 의료체계는 의료법에서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현행 의료법 제2조 제3항을 통해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라고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 의과대학에 한방과목을 추가하고 한의사들의 고유영역인 진맥을 하고 한약재나 침구술을 의사가 시행하여 처방한다면 이것도 합법이 되는 건가? 이번 사안의 본질은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무책임한 대법원판결로 검증되지 않은 자격을 가진 자에 의해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돼 국민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