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한다는 것은…
상징한다는 것은…
  • 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 승인 2022.12.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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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보내는 세월에 마음 두기보다는 다가올 시간 앞에 정신 차리자’라는 글귀를 보면서 또 한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실감한다.

며칠 남지 않은 올해는 임인년 검은 호랑이 해요, 돌아오는 내년은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검은 호랑이와 검은 토끼가 연달아 오는 것을 두고도 뭔가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는 설렘과 행운을 바라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렇듯 한해의 운수를 상징하는 12지간도 각기 근본의 성질과 환경적 한계를 극복하며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되고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소중함이 쌓이고 쌓여 가슴 깊은 곳에 머금은 것들을 우리는 얼이라고 한다.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 역시도 그 나라의 민족성과 지리적 한계성 그리고 미래 방향성 등이 함축되고 염원이 담긴 표상이라고 할 것이다.

4년 주기로 열리는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를 대표하는 오륜기와 FIFA 월드컵 깃발 또한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상징성을 표현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각 지자체에도 각자의 고유성을 대표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염원이 녹아있는 다양한 깃발들이 시내 곳곳에서 펄럭이고 있다.

지구상의 양극과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완등할 경우에도 어김없이 정상에서 각자의 국기를 흔들며 정상에 등극한 기쁨을 포효하기도 한다.

필자가 학창시절 산악인 고상돈 대원이 등정에 성공했을 때 산소 호흡기를 쓰고 태극기를 흔드는 장면을 흑백TV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했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이런 모습이 진정한 애국심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태극기가 24시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펄럭이고 있다. 항상 펄럭이고 있으니까 힘차고 정기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40대 이상의 대다수 국민들은 어릴 적 학창시절과 군대생활 때 국기 게양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길을 걷다가도 애국가가 울러 퍼지며 국기 게양식이 거행될 때면 걸음을 멈추고 왼쪽가슴에 손을 얹고 식이 다 끝날 때까지 경건함을 유지했던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군부독재 산유물이라고 해서 없어진 지 오래이지만, 자율 속에서 질서와 격을 높이는 것이지 결코 옥죈다고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눈살을 찌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모름지기 깃발이란 눈에 잘 보이는 높은 곳에 설치하기 때문에 그만큼 관리도 철저히 하고 소중히 다뤄야 하는데 항상 옥에 티가 있기 마련이다.

오랜 기간 밤낮없이 걸어놓다 보니 먼지에 찌들어 있거나, 햇볕과 바람에 훼손되어 펄럭이는 깃발을 볼 때면 민원실에 전화라도 한통 넣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필자도 본사 사옥에 태극기와 회사를 상징하는 깃발을 보기 좋은 위치에 걸어두고 있는데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할 때 힘차게 펄럭이는 모습을 보며 초심으로 방향성을 유지하고자 다짐을 하곤 한다.

크고 작은 조직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각각의 깃발들 또한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고 그 가치는 영원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상징한다는 것은 정체성과 자존심과도 같은 것이다. 먼지에 쌓이고 훼손된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은 마치 자존심에 먹칠하고 찢긴 마음이 펄럭이고 있다고 상상해 보면 그 답은 자명할 것이다.

“작은 일도 소홀히 생각하는 사람은 큰일도 소홀히 다룬다.”라는 말처럼 항상 펄럭이고 있다고 해서 상징하는 것이 아니고, 청결한 관리를 통해 모두가 흐뭇하게 바라보며 상징성을 느끼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손님을 맞이하고 접대를 할 때는 모두가 소홀함이 없도록 준비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곤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손님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당 쓸고 산해진미가 아니라도 물 한 잔에도 큰일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새해에는 시내 곳곳에서 훼손되지 않는 깨끗한 상징물들이 힘차게 펄럭이며 손님을 맞이하고 전주의 멋스러움과 아름다움을 전국 사방팔방으로 펼쳐나갈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싶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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