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심사평 “소설다움의 구색을 갖춘 탄탄한 습작의 결실”
[2023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심사평 “소설다움의 구색을 갖춘 탄탄한 습작의 결실”
  • .
  • 승인 2023.01.01 1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령 작가, 저널소설가 회장

 2023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분 응모 작품은 모두 57편이었다. 한 편 한 편 읽어가면서 저마다 새로운 소설세계를 펼쳐내려고 밤잠을 설친 고심의 흔적이 묻어났다. 그러나 단 한 편만을 고를 수밖에 없다는 고심을 안고 심사에 임했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좀 더 명확한 기준으로 작가 지망생들의 노고와 열정을 제대로 읽어내려 애를 썼다. 그 착안점은 보다 완성된 소설미학의 요소들이지만 굳이 밝히자면 이렇다. 첫째, 무엇을 썼는가? 주제의 명확성을 확인하려 했다. 둘째, 어떻게 표현했는가? 구성의 탄탄함을 눈여겨보았다. 셋째, 응모자만의 개성 있는 문체로 표현되었는지 살폈다. 그밖에 단편소설다움을 지니고 있는지, 즉 사건 전개의 필연성과 담아낸 메시지의 전달능력이라든지, 가독성이 있는지 등이 읽어가는 과정에서 저절로 가려졌다.

 그렇게 해서 선에 든 작품이 <말 없는 말> <해일처럼 다가온 작은 물결> <종이 언덕> <사자死者의 시詩> 등 네 편이다. 이들 작품을 다시 한 번 더 정독했다. <말 없는 말>은 교통사고를 당한 주인공을 입원실과 장례식장에서 지켜보는 아내의 시선으로 주인공의 삶을 알아가는 내용이다. <해일처럼 다가온 작은 물결>은 남성동성애자인 게이에 관한 이야기로, 게이인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고, <종이 언덕>은 냄새에 무감각한 주인공이 생활 속에서 겪은 여러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사자死者의 시詩>는 유일한 역사소설로 매월당 김시습에 관한 작품이다. 이 중에서 <해일처럼 다가온 작은 물결>은 다른 작품에 비해 구성이 헐거워보였고, <사자死者의 시詩>는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치 못하다고 판단하여 일단 제외하였다.

 <말 없는 말>과 <종이 언덕>이 최종심으로 남았다. <말 없는 말>의 장점은 주제가 선명하고 구성이 탄탄했다. 응모자가 습작을 많이 한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이데아 게임이라는 마음놀이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장면은 신선했다. 또한 주인공의 삶을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려 한 점도 돋보였다. <종이 언덕>은 냄새에 무감각한 주인공의 문제로 인해 겪는 고통을, 사건을 통해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전개가 자연스러웠다. 두 작품 중에서 어느 것을 골라도 무난하겠지만, 앞에서 제시했던 심사 기준에 앞섰다고 판단하여 <말 없는 말>을 고심 끝에 당선작으로 꼽았다. 당선 작가에게 축하를 보내며 문운을 빈다. 비록 당선에 들지 못했지만 응모하신 모든 분들께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심사위원 = 노령(작가, 저널소설가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