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창작극회 60주년 기념공연 ‘꿈속에서 꿈을 꾸다’
[리뷰] 창작극회 60주년 기념공연 ‘꿈속에서 꿈을 꾸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2.12.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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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난한 역사가 한낱 꿈으로 끝나지 않기를
창작극회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선보인 '꿈속에서 꿈을 꾸다' (사진작가 유백영 제공)

 극장에 들어서기 전 까지만 해도 이 방대하고 복잡한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창작극회 60주년 이라는 이름, 그 무게감도 상당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물론 관람객 역시도 조금은 비장한 각오로 객석에 착석했을 것이다. 묘한 긴장감은 극장안의 공기마저 바꾸었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선보여진 연극 ‘꿈속에서 꿈을 꾸다(곽병창 작, 류경호 연출)’에 대한 첫 인상이다.

 그 첫날 공연을 관람하기도 전부터 엄살을 부린 까닭은 이번 작품이 창단 공연 이후 현대사의 비극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3개의 작품을 모아낸 작품이라는 사전 정보 덕분이다. 그 작품들은 바로, 창작극회의 창단공연인 1961년 작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박동화 작·연출)’와 1993년 작 ‘꼭두, 꼭두!(곽병창 작·연출)’, 2003년 작 ‘상봉(최기우 작·류경호 연출)’, 2019년 작 ‘아,부,조부(송지희 작·조민철 연출)’이다. 각각의 작품만으로도 무게감이 상당한데다 ‘꼭두, 꼭두!’와 ‘상봉’은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상을 휩쓸었던 대표작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각 작품이 지닌 힘이 있기에 이를 하나의 작품으로 어색하지 않게 연결 짓는 일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작극회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선보인 '꿈속에서 꿈을 꾸다' (사진작가 유백영 제공)
창작극회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선보인 '꿈속에서 꿈을 꾸다' (사진작가 유백영 제공)

 연극은 4개 작품의 인물들이 살고 있는 시공간을 겹쳐놓기도 하고, 공통점을 찾아내 이들이 만날 수 있는 가상의 시공간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간적으로는 일제강점기 끝 무렵부터 현재까지였고, 그 사이에 놓인 이야기만 하더라도 강제징용과 전쟁, 전범재판, 분단과 탈북까지 스펙트럼이 방대했다. 연극은 오래된 과거의 일이라는 거리감을 좁히고자 이 모든 역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말년의 박경순을 돌보는 AI 보람이와 꼭두가 시공간을 넘어들면서 장면 장면을 보여주고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창작극회가 가지고 있는 자체 소극장보다 훨씬 큰 연지홀이라는 중극장에서 마이크 없이 정확한 화술과 연기로 객석까지 전달되는 메시지는 또렷했다. 여전히 연극의 본질을 되새기면서 이를 충실히 작품에 투영하고자 한 극단 단원들의 염원이었던 것이다. 기교나 테크닉보다는 담백하게 내뱉는 연기와 무대미술이 좋았다. 연극으로 지탱해온 60년을 스스로 기념하고 즐기는 광대 도깨비들이 사는 산속의 일상은 극의 처음과 끝을 여닫는 장면으로 매력적이었다.

창작극회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선보인 '꿈속에서 꿈을 꾸다' (사진작가 유백영 제공)
창작극회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선보인 '꿈속에서 꿈을 꾸다' (사진작가 유백영 제공)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장면은 여전히 조각조각 남게 되었다. 방대한 작품을 무리해서 연결지으려다보니 남을 수 있는 오점이었다. AI 보람이와 꼭두가 극의 줄거리를 안내하지 않았다면 몰입이 어려웠을테고,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작품의 인물들이 스스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해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 모든 행위가 독백이었는지는 객석의 판단으로 남게되었다. 결국 지나치게 나열만 되다보니 주제의식마저 흐릿해지는 경향도 있었다. 정작 이 작품이 현대사의 아픈 장면들에 반창고하나 붙이지 못한 채 뚝뚝 흘려진 피, 그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만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이번 작품이 한 지역에서 60년을 넘게 극단으로 있었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빼어난 수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들어가 고민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이쉬움이 들어서다. 창작극회이기 때문에 욕심을 부려본다. 그 지난한 역사를 극단이 선보였던 180여 작품 중에 몇 작품의 주요 장면을 묶어 내는 것만으로는 매듭지을 수는 없다고 말이다. 창작극회의 힘은 창작(創作)에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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