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는 백년가게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는 백년가게
  •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2.12.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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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전주의 대표적 콩나물 국밥집 중 하나인 ‘삼백집’의 창업자 이봉순 할머니는 아무리 많은 손님이 찾아와도 콩나물 국밥을 하루 삼백그릇 이상은 팔지 않았다. 삼백그릇이 다 팔리면 오전이라도 문을 닫았고 이러한 연유로 이 간판 없는 국밥집을 사람들은 삼백집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삼백집은 1947년 지금의 자리에서 허름하고 초라한 국밥집을 시작한 이래 1982년 함께 일하던 故방복순씨가 승계 후 그 아들과 손자가 3대째 대를 이어가고 있다. 두 할머니가 정성들여 끓여 낸 국밥을 먹으러 젊은 시절 낡은 가게의 문턱을 드나들었던 고객들이 백발노인이 되어 손자, 손녀와 잊을 수 없는 맛의 추억을 공유하는 모습을 이곳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알려진 군산의 이성당은 어떠한가. 1945년 해방직후부터 시작된 빵집은 군산의 터줏대감으로 현재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군산에 가면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그 시절 ‘이성당 할머니’ 오남례 사장은 이성당 앞 노점상 할머니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고 고아원과 양로원, 종교단체 등에 빵을 기부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팔다 남은 빵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 빵을 기부한다. 이처럼 지금의 이성당은 오남례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과 훌륭한 제품이 어우러진 결과물일 것이다.

이 노포(老鋪)들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오래됐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곳들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지닌 곳들도 있을 테지만 이곳에는 지역의 문화와 주민들의 일상, 그리고 추억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삼백집과 이성당은 전북의 대표적인 ‘백년가게’이다. 백년가게는 대를 이어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우수 소상공인들을 발굴해 백년 이상 존속,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성공모델을 확산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난 2018년부터 시작한 소상공인 육성사업이다. 제조업을 제외한 30년 이상(국민추천제는 20년이상)의 업력을 비롯해 경영철학, 제품. 서비스뿐만 아니라 가업승계, 사회공헌 등 다양한 부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1300여개 업체가 백년가게로 지정, 운영되고 있으며 전북지역은 82개 업체가 지정되어 있다. 백년가게에 선정되면 현판증정과 성장스토리가 담긴 스토리보드 제작, 온라인 진출 관련 기초교육부터 입점판매 전반에 대한 전문가 지원, 혁신형 소상공인 자금 금리 우대 등 금융지원과 시설개선 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에서 온라인 검색 서비스와 가정간편식 기업을 통한 밀키트 제품 개발 및 출시 등 민간 기업과의 협업으로 코로나19 이후 소비자와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해 백년가게브랜드 가치 상승과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백년가게를 가보기 위해 일부러 여행을 올만큼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 온 오래된 가게들이 지역 상권을 살리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은행도 지난달 도내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과 백년가게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도내 소상공인들의 존속 및 성장에 도움을 될 수 있도록 금융우대 혜택 지원과 성공모델 확산을 위한 상호 업무협력으로 지역의 백년가게들이 써 내려갈 새 역사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백년가게는 가게를 찾는 이들의 이야기와 지역의 문화가 켜켜이 쌓여 단순한 가게를 넘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 펜대믹, 유럽발 전쟁,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굳건히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백년가게들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은 물론, 성공모델 분석과 확산, 디지털 시대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들도 함께 모색해 나가며 새로운 백년가게들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김성철<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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