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늙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 장선일 전주대학교 의과학대학 학장
  • 승인 2022.12.12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선일 전주대 의과학대학 학장
장선일 전주대 의과학대학 학장

한국전쟁 직후인 1955~1964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1차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라 하는데, 이들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에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여 우리의 산업경제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주역들이다. 그리고 1968~1974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2차 베이비부머 세대로, 이들은 ‘나라 발전이 나의 발전’이라는 국가 주도경제 개발의 주역이면서 ‘상명하복’이라는 효율화 우선주의에서 근면하면서 상실하고 장시간 근로와 배고픔을 아는 세대로서 내가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베이비부머들은 취업난 때문에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고, 심지어 결혼을 포기하는 자녀가 늘면서 노부모 부양에다 자녀에 대한 지출의 부담까지 떠안게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1차 베이비부머들은 대부분 은퇴를 했거나 하고 있고, 2차 베이비부머들도 머지않아서 은퇴를 할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는 약 5,163만명으로 1차 베이비부머는 약 780만명이고, 2차 베이비부머는 624만명 그리고 그 중간 세대의 인구는 248만명에 이른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1,65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평균수명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퇴한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베이비부머들은 노후를 충분히 생각하고 은퇴를 준비했거나 하고 있을까? 우둔한 질문인 것 같지만, 사실 1차 베이비부머들 중 특정 직업을 가진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은퇴 후 노년 삶에 대한 준비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에 해당되는 몇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산행 중에 만난 은퇴를 2년 남겨둔 분은 숲해설가 자격증을 취득한 후 숲의 생태계를 좀 더 면밀히 파악하기 위하여 전국의 도립 및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을 투어 중이라 했다. 또한 가까운 지인은 구체적인 노후설계를 위해서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과 함께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모든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복지와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또 다른 지인들은 귀농귀촌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자녀의 뒷바라지로 인해 준비한 퇴직금과 사적 연금 그리고 저축금까지 모두 사용하는 바람에 쥐꼬리만한 연금으로 버티기가 어려워 새로운 일자리를 얻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운 분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또 은퇴 후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았고, 많은 분은 자영업을 선택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이 모두가 충분치 않은 공적 및 사적 연금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연금 제도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3층 연금’ 구조이지만, 선진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에 제도 도입 시기가 늦어 노후 생활 보장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컨설팅기업 머서가 발표한 ‘2022 글로벌 연금지수’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C등급(51.1점)을 받아 조사 대상 44개국 중 38위에 그쳤다. 이를테면, 지난해 55-79세 인구 중에 공적 및 사적연금을 수혜자는 약 50%로 월평균 수령액이 69만원이며 부부가 같이 받을 경우 138만 원으로, 은퇴 후 적정 생활비로 조사된 314만 원의 44%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게 될 때는 현 국민연금 지급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베이비부머들은 부족한 연금에 질 낮은 고용 문제까지 겹쳐지면서 더욱 힘든 노후를 보낼 것이라 예견된다.

이러한 문제는 베이비부머 세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결혼한 자식이 출가하여 부모와 함께 살지 않게 되고, 노부부 혹은 1명의 노인이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노후대책은 필수적인 사항이 되어 버렸다. 그러므로 정부는 그동안 사회보장제도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파악하여 효과적으로 노인들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연금 부족분에 대해서는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마련하는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펼쳐야 한다. 이것이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그동안 국가발전에 희생했던 대가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베이비부머 세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은 앞으로 급격한 저출생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서 좀 더 일찍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장선일<전주대학교 의과학대학 학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