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삶으로 환경 교육을 “쓰레기를 줄여줘!”
생태적 삶으로 환경 교육을 “쓰레기를 줄여줘!”
  • 진영란 진안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2.12.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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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쓰또 탐정단? 이름이 좀 이상하네!”

 아이들은 국어시간에 함께 읽을 책을 펼쳐들고는 이야기의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단 ‘탐정 이야기겠지?’

 “딩동” 2050년의 오은이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얘들아! 쓰레기 더미가 우릴 덮치기 전에 제발 쓰레기를 줄여줘!”

 그것은 바로 쓰레기에 뒤덮일 처지에 있는 2050년의 오은이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보내는 절박한 구조 신호다.

 
 ‘지구를 위해 쓰레기를 줄이라는 뻔한 이야기겠지.’ 도덕책 쯤의 잔소리로 여기던 아이들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쓰고 또 쓰는 ‘또쓰또 탐정단’의 활약상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날 즈음에는 “우리도 지구를 위해,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 봐요!”라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그래서 우리도 해보기로 했다. ‘제로 쓰레기’ 생활을 말이다.

 우리 반은 올해 ‘지구 살리기 실천 학급’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해 왔던 화학비료, 비닐 멀칭을 하지 않고 유기농법으로 손수 짓는 ‘지속 가능한 생태 텃밭’, 그리고 해마다 교실 창문 아래에 심어서 여름 한낮의 뜨거운 햇빛도 막고, 생활 용품으로도 쓸 수 있는 ‘수세미 그린 커튼’에 더해 6학년 형님들과 그로우백에 감자 농사도 짓고, 김장에 쓸 배추도 길러 봤다. 작년부터는 우리가 먹고 남은 우유곽을 헹군 물을 텃밭과 화단에 거름으로 뿌려주는 활동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덕분에 우유거름을 먹고 자란 작물들은 아주 튼튼하게 잘 자라난다. 물론 거름대신 풀을 뜯어서 이랑에 덮어주는 지속가능한 농법의 기본 원칙들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덕분에 올해 국립농업 과학원에서 추진한 유기농텃밭경진대회에서 으뜸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맛보았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1년 동안 꾸준히 환경에 관련된 책도 읽고, 생태적이고 윤리적인 삶과 소비를 위해 강연도 듣고, 지구에 폐를 덜 끼치기 위해 ‘제로 웨이스트’ 생활방식을 체험해 보기도 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는 액체 샴푸 대신 고체 샴푸바를 만들어 보았다.

 샴푸바를 만드는 동안 향긋한 허브향이 교실을 가득 채웠고,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덩달아 싱그러워 지는 듯 했다. 우리들이 키운 수세미가 설거지할 때 쓰는 수세미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에이, 진짜요? 정말 이게 그 수세미 라고요?” 너무도 간단한 방식으로 생활 용품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몇 번씩 되묻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가 가꾼 수세미로 만든 진짜 수세미, 삼베로 만들어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행주와 샤워타올, 금세 분해되는 대나무칫솔, 그리고 장바구니까지 ‘제로 쓰레기’ 선물 꾸러미를 만들었다. 쓰레기 없는 대안적인 삶을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다. 물론 완전한 성공은 아니었다. 샴푸바는 물에 닿으니 흐물흐물거렸고, 수세미는 좀 거친 느낌이 있었지만, 지구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도 우리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온세상이 차갑게 얼어붙은 오늘도 텃밭에 심은 마늘이 무사한지 걱정한다. 다행스럽게도 마늘은 아주 잘 자라고 있다. 민들레반에서 함께 실천한 ‘탄소 중립 생활’이 아이들의 마음에 아주 작은 흔적이라도 남겼길 바라본다.
 

 진영란 진안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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