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다정이의 알 수없는 고민
길냥이 다정이의 알 수없는 고민
  • 김재성 전주시 금상동 독자
  • 승인 2022.12.07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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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얘 또 똥샀어”

저녁 식사후 거실을 나서다 발가락이 뭉클 거리는 느낌이 있어 내려다 봤더니 노란 액체가 내 발가락에 묻어 있었다.

고양이 똥 냄새가 찐하게 풍겨오니 다정이의 변이었다.

다정이 녀석이 또 변을 가리지 못하고 거실에다가 쌌던 것이다. 그것도 찔끔 질끔 두곳에다가….

설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상적인 변의 농도가 아니어서 동물병원에서 설사약과 구충제를 구입해 1주일을 먹여도 낳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동물병원 의사 말로는 “길고양이라 동네 이곳저곳에서 사료를 제외한 다양한 먹거리를 먹었을 가능성이 크고, 이것으로 인해 변을 그렇게 쌀 것이다”고 진단을 내렸다.

몇년전에 우리집에 애교를 떨며 정착한 녀석에게 ‘다정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사료까지 매일 주면서 예뻐해주며 방안으로 들어오는 걸 허락했는데, 세월이 흘러 아퍼서 변을 가리지 못하니 불쌍한 녀석을 내쫓을 수도 없고 그저 바라다 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어머니 뒤를 졸졸 뒤쫓으며 부억과 거실과 안방을 들락 거린다. 어머니가 지를 제일 예뻐하고 측은하게 여기고 있는 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길고양이 다정이
길고양이 다정이.

처음엔 나였다가 그다음 아버지에게 메달렸고, 지금은 어머니를 뒤쫓고 있다. 부억에서 어머니를 보는 표정은 애니 ‘슈렉’에서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모습 꼭 그대로이다. 그 모습에 당하고 마는 어머니는 계란과 고기를 조금씩 떼어서 주곤 했는데 이게 그녀석의 건강을 헤친 것으로 보인다.

사료와 고기와 계란이 맞이 않은것 같았다. 동물병원서 약을 갖고 온 이후로 다시는 부억에서의 다정이에게 음식 먹이기는 금지됐다.

고양이는 원래 아픈것을 티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녀석이 더 측은하다. 분명 몸에 뭔가 이상이 있는데 표현을 못하고 계속 먹을거에만 메달리고 있다.

고양이 평균 수명이 15년이라고 한다. 다정이가 신이 녀석에게 배정한 수명만큼 우리집에서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김재성 <전주시 금상동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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