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키워요 - 나무에게 배우는 슬기로운 겨울나기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키워요 - 나무에게 배우는 슬기로운 겨울나기
  • 이길남 하서초 교장
  • 승인 2022.11.30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운동장 주변을 걸었다. 12월이라 나무들은 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추위를 견디고 있다. 그런데 소나무, 동백나무는 푸른 잎을 자랑하고 있다. 더구나 동백은 동글동글 꽃망울을 만들고 있어 겨울을 나면서 꽃을 피울 생각인가 보다. 빨간 동백꽃이 피어난 모습을 상상해보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와, 나뭇잎이 있어서 폭신폭신한데?”

“맞아. 나무뿌리들도 따뜻하겠다.”

나무 아래 쌓인 낙엽을 밟으며 아이들마다 떠오르는 생각을 말한다.

나무가 겨울을 나는 방식들은 각자 다르다. 자신의 장점을 살려 추위에 강한 소나무, 동백나무는 푸른 잎을 단 채 겨울을 날 것이고 목백일홍, 살구나무, 벚나무는 떨어뜨린 잎으로 뿌리를 지켜내며 봄이 오길 기다릴 것이다.

그동안 우리도 겨울나기 준비로 한창 바빴다. 김장도 마쳤고 옷장 속 겨울옷들도 손질을 해두었다. 수도와 보일러는 이상이 없나 확인하고 동파되지 않도록 해두었다.

밖에 있던 관상용 화분을 안으로 들여놓고 다른 나무들도 추위를 잘 견딜 수 있게 보온재로 감싸주었다.

이렇게 추워지는 날에는 따뜻하게 지내는 것이 상책이다. 귀찮더라도 목도리나 스카프, 장갑을 준비하는 습관을 들이고 집에서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실내 온도를 내리는 대신 실내복을 잘 챙겨입고 창문과 문틈을 막아야겠다.

아무리 이렇게 난방과 보온에 신경을 써도 마음이 추워지면 감당하기가 어렵다. 힘들 때일수록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정을 나누면 좀 춥더라도 견딜만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나보다 내 곁에 있는 누군가가 소중하게 느껴진다면 난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나와 함께 있지만 불편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솟구치고 더구나 매일 그 얼굴을 보면서 지내야 한다면 얼마나 힘든 고통 속의 나날이겠는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니 아이마다 다 생각이 다르고 장단점이 있다. 사람마다 가진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내 가족이지만 마음에 안 들고 미울 때가 있다. 더구나 함께 일해야 하는 동료나 남들은 오죽하겠는가. 싫다는 마음을 계속 키우면 정말 그 사람이 너무 싫고 이 감정을 당연시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장점을 보고 좋은 감정을 키워가도록 애써 노력하다 보면 그 사람과 사이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길남 하서초 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