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묘미는 이변이다, Again 2002
축구의 묘미는 이변이다, Again 2002
  • 염영선 전라북도의회 대변인
  • 승인 2022.11.30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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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최초로 ‘불타는 땅’ 서아시아 카타르에서 지구인의 축제인 월드컵이 열려 사막과 축구의 열기로 뜨겁다. 오호통재라! 대한민국은 두 번에 걸쳐 월드컵 우승한 남미 축구의 강국, 우루과이와 무승부로 선방했지만, 상대적 약세로 여긴 가나에 3:2로 져 16강 진출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축구의 묘미는 이변이고 월드컵이 인기있는 이유는 이변의 속출이다. ‘Again 1966’를 표방한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4강에 오를 줄 누가 알았고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일본과 사우디가 우승 후보인 독일과 아르헨티나에 역전승할 줄 神인들 알았겠는가. 2022년은 ‘Again 2002’이다.

 대한민국이 16강 진출하려면 포르투갈과 무조건 이겨야 하고 우루과이가 가나와 무승부나 이겨야 가능하다. 축구 역사상 메시와 함께 당대 최고의 선수로 호평받는 호날두를 보유한 포르투갈을 이길 확률은 전력적으로 희박하다. 하지만 싸움에는 전력만큼이나 전략이 상수이며 의지가 변수다. 대한민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 당대 최고의 윙어인 루이스 피구가 이끈 포르투갈을 1:0으로 이겨 꿈에 그리던 16강을 넘어 4강 신화를 이루었다. 힘센 열놈 악 받힌 한놈 못이기는 법이다.

 2002년 산소탱크 박지성이 있었다면 2022년은 손세에셔널 손홍민이 있다. 20년 전 이영표, 안정환이 그랬듯이 지금은 조규성, 이강인이 사막의 그라운드를 누빈다. 특히 K리그 전북현대 소속의 조규성이 대한민국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1경기 2골 멀티골을 성공해 승패를 떠나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 K리그의 현주소이자 우리 지역 전북축구의 위상이다.

 축구는 암담하고 망막한 사회·정치상황의 카타르시스다. 158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는 명백한 사회적 사고임에 불구,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누구 하나 책임지는 고위관직이 없다.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고이자 고물가로 서민의 삶은 팍팍하고 고단하다. 경제에 전념해도 부족한 터에 정부는 정치보복 수사에만 혈안 되어있다. 뛰다가 죽을 일이다. 냉엄한 국제정세에서 실사구시로 국익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비속어 남발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것도 모자라 그 탓을 언론에 뒤집어씌운다. 자다가 봉창 두드릴 일이다.

 “더 좋아진 나라에 내 골을 바치리라.” 브라질 축구 영웅이자 의사이며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의 명언이 아니더라도 축구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치 그리고 사회상의 굴곡이다.

 실제로 축구는 힘겹고 어려운 시절 유일한 희망이자 탈출구였다. 필자는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대회 4강 신화를 이룰 때 수업을 팽개치고 교문을 박차고 나가 인근 민가에서 TV를 시청하다 교련 선생님의 군홧발에 까였다. 2002년 월드컵에 박지성의 골에 환호하다 품에 안긴 어린 딸을 내던져 아직도 아내에게 구박받는다. 기실 독재에 대한 항거였고 진보정권 연장에 대한 염원이었다.

 12월 3일, 포르투갈 戰을 손꼽아 기다린다.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잘생긴 조규성을 보면서 치맥으로 카타르시스를 즐기고 싶다. 윤 대통령에게 ‘윤비어천가’를 나발부는 윤핵관들과 만찬도 좋지만 화물연대 노동자를 대통령실에 초대, ‘대한민국’ 함께 외치며

 협치와 합치의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꿈이련가.

 염영선<전라북도의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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