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의 시작점에서
푸드테크의 시작점에서
  • 남성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 승인 2022.11.29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0년대 초 이야기다.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소에 농업연수생으로 방문한 이란의 한 과학자가 본인의 꿈을 얘기한 적이 있다. 육종을 연구하던 그는 앞으로 누에알을 식용으로 이용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누에알은 달걀처럼 단백질이 풍부하여 인체에 영양학적으로 좋을 것이며, 거기에 기능성까지 밝힐 수 있다면 더 훌륭한 식품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였다. 당시 누에알은 실크를 생산하기 위한 종자로만 사용될 뿐 사람이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곤충이 인류를 먹여 살릴 미래 식량으로 연구되고 다양한 식용곤충 제품이 나오는 것을 보면 누에알을 먹는 것 또한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누에알에서 기능성 물질을 발굴해 식품으로 활용한다는 발상은 어찌 보면 얼마 전부터 글로벌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푸드테크’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는 인류건강, 식량안보, 지구환경 등 인류가 당면한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고자 신산업인 푸드테크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푸드테크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식품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이나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더해 이전보다 발전된 형태의 산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을 뜻한다.

2020년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5대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푸드테크가 뽑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는 푸드테크 시장 규모가 2027년에는 4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앞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면서 세계시장 규모 또한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는 현재 푸드테크 산업 초기 단계이나 푸드테크가 신벤처투자처로 주목을 받으며 일부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푸드테크 분야는 생산, 유통, 가공, 서비스, 배달, 소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푸드테크를 직접 생산 과정에 적용해 환경을 제어하거나 신기술 농법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여 우리 농산물의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식물성, 세포배양, 식용곤충, 이산화탄소, 수소, 버섯균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식품 생산성은 높이고 비용은 줄여 대체식품을 생산할 수도 있다. 나아가 해조류를 이용하여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를 개발하는 등 식품안전, 식량위기, 지속가능성 등 글로벌 이슈에 대응할 방안으로 푸드테크 산업은 더욱 발전해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푸드테크가 우리 농업에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

국내 푸드테크 산업은 시작 단계이므로 산업확장을 위해서는 관련 기업 육성과 전문인력 강화, 산업촉진을 위한 정책 지원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기업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식품 분야 규제혁신 등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식품안전 정책과 같은 윤리적 측면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률적 측면이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지자체들이 푸드테크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산업육성 방안을 마련하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나오고 있다. 지역별로 나오는 푸드테크 기술 접목 신제품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경쟁력을 가지려면 개발 단계에서부터 생산제품과 기술력 등 차별화가 필요할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부터 ‘제1차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세우고 전국 9개 도 농업기술원과 본격적으로 지역특화작목을 육성하고 있다. 현재 전국 69개 지역특화작목이 선정된 상태다. 앞으로 지역별로 특화작목이 겹치지 않게 개발하거나, 미지의 유망제품을 발굴해 육성하는 등 전략을 통해 푸드테크 기반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미지의 유망제품, 그것은 이란의 과학자인 모아하드가 상상했듯 누에알 뿐 아니라 국내 미개발 분야인 토종 종자들을 푸드테크 산업의 신소재로 개발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성희<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