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산업을 키우자
반려동물 산업을 키우자
  •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 승인 2022.11.28 18: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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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며칠 전 이른 아침에 필자의 시골집에 난데없이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몸통은 희고 머리에는 무도회의 가면 같은 짙은 밤색의 무늬가 있는데 한 살쯤 되어 보인다. 전날 비가 왔었는데, 밤을 산에서 지냈는지 털이 흠뻑 젖었고 온몸이 풀씨로 뒤덮여 있었다. 집을 떠나 길을 잃었으리라. 내가 사는 마을은 산으로 둘려 쌓여 있으니 상당히 먼 마을에서 왔으리라. 사냥개도 아니니 사냥하다 길을 잃은 것도 아니고 왜 길을 잃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우선 몸을 닦아주고 먹을 것을 주었다. 성품이 명랑해서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재롱 피며 따른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 녀석이 제집을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우리집에서 자기집 마냥 편안히 지내는 것이다. 지역행정 담당자에게 신고했더니 와서 체크하고는 우리집에서 2주일간 돌보고 있다가 입양하든지 자기들한테 보내든지 하란다. 유기견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2020년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전체가구의 28퍼센트인 638만 가구가 반려동물 양육가구로 추정되나, 보다 엄밀한 통계청의 통계로는 전체가구의 15%인 313만 가구가 반려동물 양육가구다. 반려동물의 증가와 함께 보호자에게서 버림받은 유기견도 많이 늘어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지역마다 유기견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기견센터의 수용역량이 초과해서 일정기간내에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개를 주로 경제동물 곧 가축으로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요즈음 대부분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한다. 반려동물 양육비도 상당히 쓴다. 반려견 한마리당 한 달에 15만원 정도다. 사료비, 병원비가 주가 되겠지만 건강, 오락, 의복 등 복지비용에 장례비용까지 쓴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산업의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민들의 관심을 반영하여 지방자치단체들도 반려동물 관련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전라북도내의 기초지자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전주시는 반려동물문화 특히 펫티켓 곧 반려동물예절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익산시는 반려동물의약품산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읍시에는 의약품산업 관련 연구소들이 소재하고 있어 반려동물의약품 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지니고 있다. 임실군은 반려동물 카페, 놀이터 등이 포함된 대규모 지원센터를 건립중이다. 다른 기초지자체들도유기견센터, 장례시설 등 반려견 관련 프로젝트들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초지자체들의 사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광역지자체 전라북도에서도 반려동물관련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반려동물관련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예를 들면, 2022년 현재 전체가구의 3분의 2가 반려동물 양육가구이며 연 1,240억 달러를 쓰는데 가구당 지출은 한 달에 125달러 정도로 한국과 비슷하다. 반려동물 산업의 수요가 커지고 있음에도 공급은 아직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이야기냐하면 반려동물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기업들이 아직 많지 않다. 낙후된 지역경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전라북도로서는 반려동물관련 혁신기업들을 키우면 투자대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초지자체마다 나름대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니 이를 토대로 반려동물관련 기업들이 창업되고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려동물 의약품,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를 포함하여 반려동물복지 전반에 기여하는 라이프케어 산업이 꽃피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채수찬<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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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봉 2022-11-28 21:23:29
채수찬 경제학자 교수님의 반려동물 사업제안에 전라북도에서 앞장서서 반려동물산업 육성발전하여 뒷 처진 전북 경제에 일조했으면 좋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