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산업안전은 담보될 수 있을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산업안전은 담보될 수 있을까
  • 윤진식 신세계노무법인 대표/법학박사
  • 승인 2022.11.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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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식 신세계노무법인 대표
윤진식 신세계노무법인 대표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때인가부터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가 일상화되었고, 참사 때마다 언론에서는 같은 단어를 반복하여 소환하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이, 아들딸들이 일터에서 각종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적, 국가적 불행이기도 하다. 이런 취지에서 안전한 일터만들기를 위한 고심 끝에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제 도입 이후 10개월이 지나가는 시점이다. 물론 제도 도입초기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입법 취지대로 방향성을 가지고 가고 있는지 살펴볼 때가 되었다.

지난 10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9월 말까지 총 483건의 사고가 발생하여, 510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산업현장에서 하루 평균 1.8명의 근로자들이 일하던 중 사망을 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이상)사업장으로 좁히면 총 사고건수 176건, 사망자는 192명이다. 이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망자 수는 오히려 8명이나 늘어난 수치이다. 이 중 고용노동부가 입건한 사건은 58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25건이며,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 중 검찰에서 현재까지 4건은 기소, 1건은 불기소처분이 이뤄졌다. 당초 예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고용노동부 입장에서는 법 시행 초기이다 보니 법 위반여부 판단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또한 현재 대기업 등에서는 나름대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조치의무’들을 준비 하였을 것이기에 그 입증에서 법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대기업에서 이렇게 나름대로 법에서 요구하는 ‘의무사항’들을 준비하였다면 당연히 기소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내용이 ‘법적 의무사항들을 이행’하였다면 그 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하겠다는 것이 핵심내용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제도의 도입효과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시간에 맡겨두고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문제의 핵심은 법이 시행된 이후인데도 왜 사고가 더 늘어나고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 제도도입 초기라는 점, 현장중심의 위험요인 제거 등이 아닌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면위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이행’에 포커스를 맞춘 점, 변하지 않은 안전불감증 의식, 아직도 변하지 않는 사고예방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인식부족, 안전기본수칙의 미준수 등의 여러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렇다면 향후 어떻게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인가? 모두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룰 위하여 우선 기업들은 처벌을 피하는데 급급한 서면상의 안전조치만을 취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현장의 위험요인 파악과 제거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영세한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안전보호조치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각 사업장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는 위험요인 제거를 위한 자율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가동하여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역시 눈치 보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는 선도적인 안전보호조치를 실시하고 관할 기업체 등에도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존폐를 논하지만, 이는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행동이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자는데 무슨 이유가 더 있을 수 있는가. 노사모두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사고 없는 조직을 만든다면 장기적으로 회사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임은 자명할 것이다.

한 사람의 희생은 개인의 고통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물질적, 정신적 고통이 동반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닌가! 고용된 노동자 한 명 한 명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고 지키라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이지 처벌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이제 이 사회는 누구도 종사자들에게 고통과 눈물을 줄 권리는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안전’이 기업경영의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진식 <신세계노무법인 대표/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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