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상상하기(16) - 책임을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
작은 학교 상상하기(16) - 책임을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
  • 윤일호 장승초 교사
  • 승인 2022.11.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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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생 13명으로 폐교 위기에 있던 장승초가 2011년에 57명이 되면서 살아났다. 아이들이 한 명도 없던 학급에 10명 정도가 한꺼번에 전학을 온 반도 있었으니 기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 시설이야 형편 없었지만 교사 열정은 어느 학교보다 컸다. 폐교를 막기 위해 그 학교에 보내면 뭔가 다르구나, 하는 마음을 주어야 했기에 교사들 마음 자세도 단단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전학을 와서 지내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겼다.

 공간이 부족해 비닐하우스에 목공실을 차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5, 6학년 목공부 아이 몇이 컷터칼로 하우스 곳곳을 찢어놓았다. 또 고학년 아이들이 저학년 아이들에게 욕을 가르치기도 했다. 한 아이는 학교 뒷산 용마봉에서 자전거 헬멧을 태워 큰 산불이 날뻔한 일도 있었다.

 연속해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니 학교에 실망해서 이러다가 한꺼번에 전학가는 거 아니야, 하고 걱정이 앞섰다. 그러던 중 그때 교장선생님이 그 사건들을 카메라로 찍어 교사들을 모아놓고 피피티를 십 분 정도 말씀하셨는데 주 내용은 ‘깨진 유리창의 이론’ 이야기였다. 당시만 해도 학교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 교장선생님이 꾸짖을 법도 한데 조곤조곤 이런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씀해주셨다.

 마땅히 교사들도 여러 생각이 들었고,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주제로 학생 긴급 다모임이 열렸다. 다모임에서 아이들은 그런 상황을 인식하고 찢어진 비닐하우스는 철물점에서 비닐 테이프를 사다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붙여서 최대한 원상복귀를 했다. 또 욕을 가르쳤던 아이들은 ‘욕을 하지 않겠습니다’는 피켓을 들고 일주일 정도 교내를 돌았다. 더불어 용마봉에서 헬멧을 태웠던 아이는 태웠던 흔적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헬멧도 사서 학교에 가져다 놓았다.

 얼마 전, 학교 뒷 건물에 돌을 던져 벽에 수십 개의 구멍이 났다. 알고 보니 우리 반 아이들 넷이 돌을 던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뒷 건물 벽을 보니 정말 크고 작은 구멍이 가득했다. 처음에 한 아이가 벽에 돌을 던졌고, 그게 재밌어 보였던지 다른 아이들도 그 아이와 함께 돌을 던지게 된 것이다. 재미는 있었지만 보기 싫게 벽에 구멍이 생겼으니 큰일이었다. 그나마 오래된 건물이어서 내년이면 부서질 건물이기는 했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원상태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재료를 사서 아이들 손으로 직접 메꾸게 하였다.

 이런 과정은 아이들에게 잘못을 혼내거나 꾸짖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지만 자기가 벌인 잘못은 꼭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교육이자 책임지지 않는 자세에 대한 경종이라 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로 304명의 꽃다운 청춘들이 운명을 달리한 지 여덟 해밖에 안 되었는데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10.29 참사로 150여 명이 희생되었고, 부상자는 200명에 이르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얼마 전만 해도 우리가 선진국이 된냥 자랑스러워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저 마음이 휑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누군가는 비아냥거리듯 우리 문화가 아닌 외국에서 들어온 핼러윈 축제가 문제라고 하지만 그 이전에 참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데 더 분노가 치민다. 더 어이없는 건 사건이 일어난 지 두 주가 지났지만 대통령도, 장관도, 서울시장도, 용산구청장도, 경찰청장도 누구 한 사람 온전히 스스로 책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서글프기만 하다. 자리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책임과 역할을 하라고 주어지는 것일 텐데 책임은 어디에도 없고, 참사로 희생된 희생자 유족들은 더 깊은 상처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아직도 성장하는 아이들은 늘 사고뭉치일 수밖에 없다. 훨씬 작은 공간인 학교에서조차 온전히 책임을 가르치고 배우는데 더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의 지도층은 온전한 책임을 외면하는 현실이 대비되어 안타깝기만 하다.

 윤일호 장승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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