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옆에서
국화 옆에서
  • 고재찬 군산대 산학협력단/성원기술개발회장
  • 승인 2022.11.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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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찬 군산대 산학협력단 교수
고재찬 군산대 산학협력단 교수

가을을 상징하는 꽃은 누가 뭐라 해도 국화이다. 코스모스나 구절초, 쑥부쟁이도 가을꽃으로 한몫한다지만, 그중에서 탐스럽고 향기로운 국화가 제일인듯싶다. 많은 곳에서 국화를 주제로 한 축제를 하기도 하고 전시회를 하기도 하는 아름다운 만추의 계절 가을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미당 서정주님의 ‘국화 옆에서’의 앞부분이다. 그는 우리 지역 고창출생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한국 시단 3명의 천재로 불리기도 하였고,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큰 시인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하였으며, 수준 높은 단어 구사와 소재 선택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친일적 활동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되었고, 해방 이후에는 이승만 박사의 전기를 쓰는가 하면 전두환의 생일기념 축시를 지어 바치기도 하여 기회주의자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는 일제 치하가 몇백 년 있을 줄 알았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모습에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어쨌든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긴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는 법이다. 당시에는 최선이라 생각한 것이 지나고 보면 아닌 경우가 많다. 결국 어디를 기준 하느냐가 문제이다. 나의 언행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평가로 다가올지는 자신이 더 잘 아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비치는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떤 이미지일까? 몽골에서는 한국을 솔롱고스의 나라, 무지개의 나라로 표현한다.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엄격하게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도 한다. 엊그제는 베트남 관광객 백 명이 입국하여 자취를 감추기도 하였다. 불법체류 목적으로 보고 있는데 이곳에서 1년 정도만 고생해도 목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여권이 외국에 입국하기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쉬운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외국에 좋게 비쳤다는 이야기이다.

김은영 저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책이 있는데,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사람들은 항상 타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내고 그것을 향상시켜 자신의 이미지를 최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가을에 생각나는 꽃, 국화 옆에서라는 시가 항상 국화로 연결되는 것은 그만큼 강한 이미지의 명작이라지만 그의 행적으로 이미지가 퇴색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소와 사자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소와 사자가 사랑하여 함께 살게 되었는데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하였다. 소는 날마다 맛있는 풀을 사자에게 대접하였고 사자는 소에게 맛있는 고기를 대접하였다. 상대방의 노력을 생각하고 참았지만 끝내 헤어지게 되었고 서로에게 한 말은 ‘난 최선을 다했어.’였다고 한다. 상대방이 필요한 건 무엇인지 상대방이 원하는 건 무엇인지 상대방에 대하여 공감하며 배려가 필요한 때이다.

오래전 처음 일본에 갔을 때 의자에 앉아 있는 나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으며 친절하게 응대하는 모습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바로 상대방의 요구에 대한 공감하려는 노력과 배려의 모습이 멋지다는 생각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맑은 날, 궂은 날도 있고 더운 날, 추운 날도 있다. 그런데 그러한 현상이 계속되지는 않는다. 세상은 항상 듣도 보도 못하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생겨나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할까? 그 답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다윗왕은 어느 날 반지세공을 불러 나를 위해 반지를 만들어 달라며 내가 전쟁에서 승리해 환호할 때도 교만에 빠지지 않고 내가 전쟁에서 패배해 낙심할 때도 좌절하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해 주는 글을 새겨 넣어달라고 하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교만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글귀가 무엇일까?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지혜의 왕자 솔로몬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여 알려준 말이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었다고 한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 노력과 배려가 절실히 다가오는 계절, 수고와 노력으로 피워진 국화가 시들기 전 새로운 희망으로 내일을 향해 다시 뛰어야 한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재찬<군산대 산학협력단/성원기술개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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