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예술도시, 멀어도 가야할 길
지역문화예술도시, 멀어도 가야할 길
  •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 승인 2022.11.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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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전국 어느 지자체를 막론하고 주요 사업으로 내걸고 있는 것이 ‘지역문화예술도시’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물론 학계, 문화예술계,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지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다채로운 방법으로 저변확대와 함께 지역문화운동으로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투입하는 돈과 시간, 투입된 인력 등 들인 공력에 비해 만족도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다. 어느 지역도 선뜻 나서 가장 성공사례라고 자랑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활성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은 칭찬보다는 비판과 질책을 더 받는다. 지역문화예술은 추상적인 것이기에 계량화하기가 원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놓을 수도, 놓아서도 안 되는 것이 지역문화예술이다. 아무리 멀어도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지역문화예술은 그 도시의 역사이자, 고유한 색깔이다. 중앙집중의 획일화·평준화된 문화와 비교해 질적으로, 양적으로 비교대상이 아니다. 그 지역의 정체성, 시민정신을 온전히 담고 있는 것이 지역문화예술이다.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바로미터가 지역문화예술이지 않을까.

 민선7기 후반부터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등장한 단어가 있다. ‘지방분권’, ‘문화분권’이 그것이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태에서 국민 모두가 먹고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강력한 중앙집권정책을 펼쳤다. 그 덕분에 서울 등 수도권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에 국가의 재정과 관심을 집중했다. 짧은 기간에 산업화에 성공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수도권과 중앙정부는 살렸지만 지방과 지방정부는 쪼그라들고 시들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수도권과 중앙을 살찌운 것은 지방의 사람들의 피땀을 빨아들여 이룩한 결과다. 필자의 생각이다. 당시 시대적으로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음을 잘 안다. 어느 정도 수도권과 중앙정부의 중심을 갖췄다면 이후 지방들이 고르게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균형정책기조로의 변환을 시도했어야 하지 아닐까.

 하지만 권력층은 권력유지를 위해 국민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의 입맛을 맞추는 일에 충실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수도권비대증’과 ‘지방소멸’이란 부작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 증세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청년세대의 미래를 회색지대로 만들었다. 저출산·고령화도 빠르게 진전됐다. 지방소멸이 초읽기에 들어간 듯하다. 가히 세계 최고의 속도다.

 설마 정치권은 이것도 ‘자랑거리(?)’라고 착각하는 것일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국가의 미래 걱정은 뒷전인 채 정쟁만 일삼는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30대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엄마로서 우리나라의 앞날이 너무 걱정스럽다. 엄마와 살고 싶어도 일자리 때문에 두 아들 모두 전북을 떠나 ‘서울사람’으로 살고 있다. 그들의 의지가 아니었다. 미래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어 부모가 있고, 자신들의 추억이 알알이 간직된 고향을 등지고 두 아들은 서울로 갔다.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방의 환경을 하루 빨리 조성해야 한다. 필자의 이 같은 걱정과 바람은 지방에 사는 모든 가정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존중과 배려, 개방과 참여, 안전과 쾌적을 기치로 삼아 지역을 ‘문화’로 ‘파란’을 일으키겠습니다.”

 충청지역 한 문화기관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필자는 이 취임사에서 ‘문화’와 ‘파란’, ‘존중’과 ‘배려’란 단어에 마음이 꽂혔다. 이 단어들은 익히 수 없이 들어온 단어들이다. 그런데 ‘문화로 파란을 일으키겠다’는 이 말에 마음이 동했다는 게 신기했다.

 비록 남의 동네 이야기지만 우리 전라북도도 문화로 파란을 일으켜 행복한 전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전라북도는 대한민국 대표 예술고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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