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거짓말과 농민의 눈물
정부의 거짓말과 농민의 눈물
  • 안호영 국회의원
  • 승인 2022.11.0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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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영 국회의원
안호영 국회의원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한지 어언 6년이 흘렀다. 그간 참 많은 이들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들을 때마다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질문들이 있다. 바로 ‘정치란 무엇인가?’혹은 ‘국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것인데, 이 짧은 물음 속에 성찰과 반성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음을 느끼곤 한다.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수단으로, 국민의 삶을 보다 낫게 만들 방법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라 믿는다. 특히 국회의원에게 있어서 그 방법은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법제를 만들고 고치는 일이다. 특히 국민들께서 지난 총선 더불어민주당에 180석의 의석을 몰아준 것도 법제 개선과 개혁을 잘하라는 명령이었다. 지난 6년간 120개 가까운 법을 만들고 고치는 지난한 과정을 버틸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런 신념과 성원 덕분이다.

지난달 19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농해수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이를 ‘폭거’로 규정하며 우리 농가와 농민의 생존이 달린 일을 해결하려는 민주당의 노력을 폄하했다. 심지어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농민의 생활 안정과 식량 주권 강화를, 무엇보다 농민의 아픔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을 고작 정당의 이해득실로 치부함을 자인한 꼴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여당과 정부가 보인 혹세무민의 행태다. 10월 3일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양곡관리법에 대해 ‘10여 년 전 태국이 유사한 정책을 추진했다가 쌀 공급이 과잉되고 재정이 파탄났다’ 며 농민에 도움되지 않는 법이라 비난했다.

태국 정부는 2011~2012년 당시 약 1,800만톤의 쌀을 시가보다 40~50% 비싼 값에 매입했다. 그결과 쌀이 과잉생산되면서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한 적이 있었다.

반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담긴 시장격리의무제도는 쌀 생산량이 수요예측량보다 3% 넘게 과잉되거나 쌀 가격이 과거 5개년 평균 대비 5% 이상 떨어졌을 때, 그것도 초과생산량에 한해 시가로 매입하도록 설계돼있다. 태국 사례와는 매입물량도, 매입가격도 모두 완전히 다른 제도인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의 여론 호도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연구기관을 끌어와 그럴듯하게 진실을 왜곡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분석> 보고서를 반대 근거로 삼는데,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연평균 1조 443억원의 재정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 보고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핵심내용인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의 효과를 제외하고 작성됐음이 드러났다.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은 쌀 대신 콩이나 각종 사료작물 재배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쌀 생산의 구조적 과잉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쌀값 상승과 쌀 재배면적 감소를 동시에 이뤄내며 그 효과를 입증했다. 3년간 7만 7천ha의 벼 재배면적이 줄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어 시장격리의 필요성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시장격리가 단 한 차례도 필요 없었던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가 성과로 포장하는 역대 최대규모의 시장격리에 필요한 매입비용이 7,883억 원인데 반해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의 연평균 예산 소요가 1,100억 원 규모다. 결국 정부 재정을 절약하는 것은 양곡관리법의 개정인 것이다. 이처럼 국민을 위한 일인데도 외면하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단지 야당이 미워서가 아닐까.

한 언론에서 10월 말까지 59차례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회견을 분석한 결과, ‘협치’라는 단어는 단 한 번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99번이나 이야기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그 한 번의 협치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온전해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처럼 국민을 위하는 일에서조차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한다면, 민주당은 주어진 의회 권력으로 이를 극복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국민 앞에 약속했던 것처럼 정기국회 내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나아갈 것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에 고한다. 아무리 미워도 해야 할 일은 좀 잘하시라.

 

안호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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