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지록위마(指鹿爲馬)
윤석열 대통령과 지록위마(指鹿爲馬)
  • 이정덕 전북대 명예교수
  • 승인 2022.11.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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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덕 전북대 교수
이정덕 교수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손가락으로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우기는 것을 뜻이다. 중국 한나라 시대 사관이었던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라는 역사책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고사성어이다. 사마천은 <사기>를 한무제 시기에 썼지만, 한나라나 한무제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상당히 비판적으로 역사를 기록했다. <사기>에는 수백년전의 구체적인 대화나 음모까지 기록되어 있어 일부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그 당시 역사서로는 세계 최고의 신뢰도와 체제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기>에는 원래 위록위마(謂鹿爲馬)라고 쓰여져 있으며 사슴을 말이라고 한다라는 뜻이다. 권세자가 거짓으로 우겨서 남을 속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특히 명백한 것을 고의적으로 뒤바꾸는 행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원래 이야기는 진시황으로부터 시작한다.

BC 221년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하고 처음으로 황제라는 이름을 사용한 진시황은 매우 잔인하고 냉혹했다고 한다. 하지만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널리 인재를 등용하였으며 실수라고 깨달았으면 바로 시정하였다. 현실적인 리더쉽이 매우 뛰어났다. 본인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래서 결국 변방에 있던 진나라는 전국시대의 강국들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다. 천하를 통일한 후 통치기반을 다지기 위하여 전국 순행길에 나섰다. 교통통신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전국의 현장을 직접 살피고 현장에서 결재와 판결도 하는 현장통치의 과정이었다. 진시황은 냉철한 지도자였고 리더쉽이 뛰어났지만 통일과 전쟁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식인과 백성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가혹한 법률에 의존했다.

한나라 시대의 가의(賈誼)는 과진론(過秦論)이라는 글을 써서 진나라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논하였는데 이 곳에서 통일의 과정과 달리 통일 후에는 선정을 베풀어 민심을 얻어야 하는데 계속 가혹하게 다뤄 민심의 반란이 나타나면서 무너졌다고 지적하였다. 즉, 통일 후에도 가혹한 폭정을 했고 신하가 충언을 해도 이를 벌하는 경우가 많아 입을 굳게 다물게 되어 지혜로운 선비들이 무서워 계책을 내놓지 않아 문제가 악화되어도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망했다고 본 것이다. 진시황이 통일 후에 통치기조를 바꿔 백성을 잘 돌보고 이들의 소망을 잘 채워주었으면 진나라가 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또한 진시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나라는 백성을 잘 돌보고 이들의 소망을 잘 채워주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고사성어가 지록위마이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순행길에서 죽자 진시황을 모시던 조고는 이를 숨기고 진시황의 친서를 위조하여 태자인 부소를 자살하게 만들었고 어린 동생인 호해를 황제로 옹립하고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였다. 조고가 새로운 황제인 호해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바치자 호해는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하다니…(指鹿爲馬)”라며 신하들에게 이게 정말 말인지 물어봤다. 그런데 신하들은 조고가 두려워 말이라고 하였다. 소수의 신하들은 말이 아니고 사슴이라고 대답했는데 조고는 이들을 기억하였다가 나중에 죄를 씌워 파면하거나 죽였다. 이후 조고의 말에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사라졌고, 조고가 전횡을 일삼다가 전국에서 반란이 일어나 결국 진나라가 망하고 말았다.

권세자나 통치자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국가 내 불신이 커지고 불신이 커지면 국가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정치는 목숨을 건 전쟁터가 된다. 정파들은 더욱 싸우고 부하들은 눈치만 본다. 위기는 더욱 악화된다. 그게 계속 되면 나라가 망한다. 통치자는 자신의 체면보다 국민의 복리를 먼저 생각하여야 한다. 국민을 바라보고 언로를 열어 좋은 정책을 찾아 실행하고 잘못이나 실수를 줄여 선제적으로 각종 문제를 잘 해결하고 대처하여야 한다. 선정을 베풀어 민심을 얻어야 나라가 평안한 법이다.

이정덕<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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