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10 - 별들이 흩어질 때
김헌수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10 - 별들이 흩어질 때
  • 김헌수 시인
  • 승인 2022.11.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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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말리아 국가의 국기는 간단하다. 하늘처럼 파란 바탕에 별 하나가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1.600만이 넘는 수많은 별과 같다. 그 수만큼 배경도 사연도 다르다. 이 책은 케냐의 다답난민캠프에서 15년간 머물렀던 오마르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그래픽노블이다. 오마르의 절박한 이야기와 뉴베리상 수상 작가 빅토리아 제이미슨의 풍부한 표현력, 이만 게디의 감성적인 채색이 곁들여져 만들어졌다. 생생한 체험에 그래픽노블 특유의 입체적인 표현이 더해져 한층 더 깊이가 있다. 오마르의 경험과 기억을 충실하게 재현하여 누구보다 강한 연민과 열린 마음을 갖게 한다. 오래 간직되는 이야기는 우리 곁의 난민을 다시금 돌아보게 할 것이다.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를 의미한다.” 이 글은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국제협약 중에 나와 있다.

 <별들이 흩어질 때>는 오마르와 동생 하산의 이야기다. 소말리아 내전으로 오마르 형제는 아빠를 잃고 엄마의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케냐의 다답난민캠프에서 형제는 하루 하루를 그저 버텨내며 15년을 살아냈다. 그 시간들을 적고 그림으로 설명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내전으로 상처받은 이들의 실상을 살펴볼 수 있었다. 어린 오마르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상황에서 동생을 돌보는 게 힘들었다. 어딘가에 있을 엄마를 기다리고 찾는 것 역시도 힘든 일이다. 난민캠프에서 만난 파투마 아줌마만이 형제의 보호자 역할을 해주었다. 오마르는 파투마 아줌마를 도와 천막 안을 정리하고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냈다. 엄마를 찾는 형제를 한심하게 바라보지만 파투마 아줌마는 형제에게 희망이 되는 말로 격려를 한다.

 난민캠프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텐트에서 보냈다. 발작 증세를 보이며 ‘호요(소말리아어로 엄마)’만 말하는 동생 하산, 오마르는 말을 하지 못하는 동생을 돌봐야 하니 하루가 똑같고, 이렇게 살다 무엇이 될지 고민은 하지만 내색하지 못한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정착하기 위해 떠나는 난민캠프의 가족들을 부럽게 바라보지만 정작 오마르와 하산이 갈 곳은 없다. 배불리 먹을 수도, 아껴 먹어도 부족한 양으로 배고픔을 호소하는 힘든 상황에 모두가 예민하다. 배급만 기다리는 모습에 맘이 아팠다. 기다림에서 시작해서 기다림으로 끝나는 난민촌의 생활, 다행히 학교에 가게 된 오마르, 공부에 대한 기대와 포기하려던 순간 기적적으로 찾아온 기회를 잡아서 다른 미래에 대한 생각을 채워간다.

 별들이 흩어진다는 표현은 어쩌면 내전으로 난민이 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을 별로 표현한 것 같다. 난민캠프에서 어렵게 살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별들은 세상으로 흩어져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 자신이 겪은 일을 담은 그래픽노블 <별들이 흩어질 때>는 다소 묵직한 내용이지만 술술 잘 읽힌다. 소말리아 내전으로 엄마를 잃어버렸던 오마르와 하산은 소말리아로 돌아갈 꿈을 꾸었지만 그 꿈은 이루지 못한다. 난민캠프의 어려운 삶을 절망이라 표현하지 않고 난민들의 삶을 정말 생생하게 표현했다. 책을 읽는 동안 가슴이 아팠고 때론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극한에 몰린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배웠다. 난민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깊은 가족애, 희망과 유머를 잃지 않는 환경, 힘든 처지를 위로하며 성장하는 친구들의 삶,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는 사랑을 만났다. 지금 우리가 가진 것들이 어쩌면 진짜 축복이라는 사실을 느끼며 말이다. 아이들은 오마르나 하산 같은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소말리아 난민에 대해 알아가고 평범한 하루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니 책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의 눈이 넓혀지고 커지며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을 더불어 만날 수 있었다.

 “모든 별은 나름의 질서를 따라 별자리를 만듭니다. 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는 별들의 심장에 아로 새겨진 빛나는 이야기들이 보일 겁니다.” <별들이 빛날 때>에 나오는 이 문장에 오래도록 눈길이 머물렀다.

 김헌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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