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장군(獨不將軍)’이란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쓰인다.
전북 순창군과 정읍시를 주된 기반으로 한 순정축산업협동조합(이하 순정축협)이 지난달 31일 각계에서 보내온 축하화환을 즐비하게 늘어놓고 ‘순창한우명품관’기공식을 버젓이 진행한 모습은 딱 독불장군 행태였다. 기공식을 강행한 날은 150명이 넘는 우리 국민이 집단으로 숨진 이태원 핼러윈 사태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후다.
이태원 압사 사태는 지난 2014년 300여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세월호 참사’이후 8년여 만에 다시 일어난 비극이다. 이 같은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앙과 지방정부,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에서도 가급적 국가 애도 기간에는 행사와 축제를 자제하도록 협조 요청하라”는 당부를 빠트리지 않았다.
또 한덕수 총리도 “애도 기간에는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 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들도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정해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고 관계부처 장관 합동브리핑을 통해 널리 알렸다.
정부가 정한 국민 애도 기간은 11월 5일까지다. 따라서 곳곳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 물결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기공식이 열린 날에는 전북도청 별관 공연장동 1층에도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이처럼 대통령까지 나서 행사 등의 자제를 당부한 것은 물론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슬픔을 함께 나누는 시기에 순정축협은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무색하게 기공식을 진행한 것이다. 그것도 ‘순창향교’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다.
시쳇말로 말하거나 듣기 좋아라 ‘한우명품관’이지 기공식이 열린 곳에는 주로 고기류를 판매할 대형 식당 건물 등이 들어서게 된다. 여기에 기공식 당일 아침에도 행사 강행에 심한 우려를 순정축협 측에 전달한 인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순정축협 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날 기준으로 이 대형 고기식당의 건물 신축공사를 맡을 업체를 선정할 입찰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실제 공사는 오는 7일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여 국민 애도 기간에 굳이 기공식을 서두르는 이유에도 의문이 든다.
더욱이 기공식 강행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공분(公憤)이 주를 이뤘다. 실제 A씨(순창읍)는 “전국적으로 추모 분위기인데 도대체 순정축협은 어느 나라 조합이냐”면서 “혹여 조합 측 자식들이 참사를 당했어도 저렇게 무심하였을까?”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주민 C씨는 “독불장군도 저런 독불장군이 없다”고도 했다.
기공식이 열린 당일 본보 질의에 순정축협 B모 과장은 “기공식은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기공식을 알리는 취지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면 이날 무대 좌우로 즐비한 총 50여개의 대형 축하화환은 무엇인가? 여기에 참석 인사들의 이어진 축사는 또 무엇이고 준비한 음식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기공식을 기준으로 보면 이태원 압사 사태는 발생한 지 단지 이틀이 지난 상황이다. 아울러 이미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도 추모와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순정축협 측이 참사의 심각성을 모를 리가 없다. 따라서 기공식을 강행하기로 최종 결정한 순정축협 관계자는 응분의 사과와 함께 책임지는 모습이 마땅하다고 본다.
순창=우기홍 기자
순창을 찾는 분에게는 양질의 먹거리 제공과 지역축산인에게는 경제적 이익을 드리고자 하는 취지에 이태원 참사를 앞세워 감춰진 기자님의 개인적 사견을 기사화 하신건 아닌지 의구심에 몇 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