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그렇다면 체육시설은 안전한가?
이태원. 그렇다면 체육시설은 안전한가?
  • 김윤덕 국회의원
  • 승인 2022.10.3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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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국회의원
김윤덕 국회의원

이태원 사고 희생자와 가족들을 비롯한 피해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애도의 말씀을 전한다. 우리는 세월호의 참담한 죽음들 앞에서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수백 번도 더 했지만, 8년이 지난 오늘날 또다시 이처럼 꽃다운 청춘들을 안타깝게 가슴에 묻어야 하고 얼마가 될지 모르는 시간 동안 슬픔과 함께 트라우마를 겪어야 한다. 그날 이태원에 있었던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정치권을 비롯 우리 모두의 책임이 가장 크다.

매번 크고 작은 사고를 겪으면서 우리는 안전점검을 일상화하자는 구호를 외치곤 했다.

그렇다면, 아이들과 어른들의 놀이는 물론 건강과 힐링을 동반하는 중요한 일상이 되고 있는 ‘스포츠 분야는 얼마나 안전한가?’라는 질문에는 한마디로 ‘안전 실태가 심각하다.’는 답변을 해야 할 듯하다.

필자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를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깜짝 놀란 것이 있다.우리나라의‘체육시설에 대한 안전 관리 기본계획’이 정작 체육시설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체육인의 안전에는 너무나 많은 허점에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19년과 올해 6월 풋살장에서 축구를 하던 학생이 골대가 넘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유명 프로야구선수인 KT의 강백호 선수는 2019년 경기중 펜스에 손이 찢어져 한 달여간 결장을 하기도 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축구나 배드민턴, 골프, 스키 등 생활체육을 하면서 부상을 경험한 비율이 무려 64%에 이르고 있으며, 전문체육선수는 평균적으로 연간 1회 이상 후유증을 동반한 심각한 부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선수 간의 신체 접촉으로 인한 사고만큼 부실관리되는 플로어와 잔디 구장, 필드에서 발생하는 부상 역시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시설법’에는 체육시설에 대한 중장기 안전 관리 정책, 안전 관리 제도 업무의 개선, 안전 교육 및 홍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선수들이 주로 활동하는 공간인 잔디구장이나, 플로어, 펜스, 골대, 스키장, 필드, 실내운동기구 등의 표준점검에 기준을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 정작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진 법안이라는 뜻이다.

공설운동장, 야구장 등을 비롯한 공공체육시설은 우리나라에 실내 3,534곳, 실외 25,044곳이다(2020년 기준). 또한 스키장, 골프장, 헬스클럽 등 등록과 신고된 민간체육시설은 56,343곳에 달하고 있다. 주변에 흔한 인조잔디 축구장을 예로 들어보자. 정부가 시설비를 매칭으로 지원한 후 사후 관리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게 되어있다. 잔디구장의 내구연한은 평균 7년으로 보는데, AS 기한인 3년이 지나면 나머지 기간은 물론 내구연한이 지나더라도 파손이나 자연 손실로 인한 보수작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장 많은 동호인들이 찾는다는 배드민턴 역시 플로어의 상태가 수명이 다해감에 따라 미끄러짐이나 파손 등이 빈번히 발생한다. 하지만 이를 책임지고 보수하는, 즉‘사후처리’를 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왜 보수·점검을 안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가 진행되는 실질적인 공간인 경기장, 그라운드 전반에 대한 성능 안전점검 및 위험성 평가의 표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공공체육시설은 관리자가 있고 지침에 의해 운영되지만, 민간체육시설의 경우 시설 안전점검에 대한 기준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책임자를 처벌하는 수준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체육시설 안전에 대한 종목별 지침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 스포츠 진흥센터를 통해 안전한 스포츠 시설 유지 보수 관리 스포츠 시설의 안전 관리 규정을 만들어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처하고 있다. 영국은‘안전 인증’을 통해 스포츠 시설의 안전운영 관리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 독일은 스포츠 시설 관리 운영을 민간기구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리스트별로 정기적으로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대한 체육회와 문체부 등에 체육인들이 안전하게 운동하면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기장의 충격 흡수, 미끄럼 정도, 평탄도, 소음, 공기오염, 방역, 온습도, 조도 등과 골대, 안전망, 펜스, 충격방지 시설에 대한 성능검사 표준 기준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스포츠 분야에서만큼은 많은 아이들과 생활체육인들, 그리고 국위를 선양하는 국가대표를 비롯한 전문체육선수들이 최소한 경기장에서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김윤덕<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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