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을 통해 본 필수 의료의 위기
국감을 통해 본 필수 의료의 위기
  •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승인 2022.10.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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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얼마 전 서울아산병원 현직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는데도 같은 병원 안에 수술할 의사가 없어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뇌혈관 분야 같은 필수 의료 의사의 심각한 부족에 대해 쟁점이 된 적이 있었다. 이 같은 필수 의료의 위기라는 현실이 이번 국회의 국정감사를 통해 자세히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 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필수 의료과목(이하 필수과)으로 꼽히는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산부인과 등은 최근 5년간 전공의 정원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저출산과 코로나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아 지원율이 급감하면서 2021년도에는 38.2%, 2022년도 28.1%만 정원을 충원했다.

2022년도 기준 흉부외과 전공의 충원율은 47.9%였으며 산부인과 80.4%, 외과 76.1%였다. 비뇨의학과와 내과는 각각 108.0%로 정원을 채웠지만 최근 5년 평균 충원율은 비뇨의학과 79.0%, 내과 98.7%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더욱이 문제는 어렵게 전공의를 모집했어도 필수과는 중도에 수련을 포기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년 필수과 전공의 10명 중 1명은 수련을 중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7월까지 흉부외과·산부인과·외과·신경외과·내과·비뇨의학과·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이탈률은 평균 10.5%로 전체 평균인 9.3%보다 높았다. 과별로는 ▲흉부외과 14.1% ▲산부인과 13.1% ▲외과 13.0% ▲신경외과 12.7% ▲내과 10.3%였다. 특히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전공의 이탈률이 지난 5년간 급증했다. 흉부외과는 지난 2018년 6.3%에서 2022년 7월 24.1%로, 같은 기간 산부인과는 5.8%에서 18.5%로 증가했다.

반면 인기과인 피부과는 전공의 이탈률이 5년 평균 1.3%에 불과했으며 영상의학과나 재활의학과는 5%대였다. 이처럼 젊은 의사들이 전공하길 기피하면서 필수 의료과에서는 전문의의 고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021년 12월 기준 7개 필수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50.2세인 반면 6개 인기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48.1세였다. 필수과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뇌혈관외과 의사 부족으로 논란이 된 신경외과 등을 말하며 현재 인기과는 안과,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피부과를 꼽고 있다.

과별 전문의 평균 연령은 외과와 산부인과가 53세로 가장 높았고 흉부외과·비뇨의학과 52세, 소아청소년과·신경외과 50세였다. 필수과 중 내과만 전문의 평균 연령이 48세였다. 인기과의 경우 성형외과만 전문의 평균 연령이 50세로 가장 높았고 나머지는 40대였다.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평균 연령 45세로 가장 젊었고 영상의학과 48세, 안과·정신과·피부과 49세였다. 내과를 제외한 필수과는 30대 이하인 전문의 수가 60대 이상보다 적었다. 반면 인기과는 30대 이하 전문의가 60대 이상보다 많았다. 또한 필수과는 전문의 취득 후 전공이 아닌 다른 과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많았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흉부외과가 아닌 다른 과에서 일하고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지난 2017년 469명에서 2021년 485명으로 늘었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다른 업무를 하는 인력이 2017년 4,462명에서 2021년 4,772명으로, 산부인과는 2,873명에서 3,137명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젊은 의료 인력이 공급되지 않게 된다면 20~30년 후 필수 의료 붕괴는 필연적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필수과에 대한 전공의의 지원율이 낮은 이유는 한마디로 건강보험 수가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필수과는 공부와 수련받기도 어렵고, 일하기 고되며 자칫 의료사고의 위험성도 높아 소송당할 위험이 큰 반면, 전문의를 취득하여도 취할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이 적은 것을 넘어 오히려 환자를 많이 볼수록 손해를 보는 현행 건강보험수가 구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맹장수술이나 제왕절제, 뇌수술 등 필수적이지만 수요가 많고 돈이 많이 드는 검사나 치료에 대해 보험 당국이 보험재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가를 원가에도 못 미치게 턱없이 낮게 책정하여 환자를 볼수록 손해나게 만들어 놓은 수가 구조의 문제라 것이다.

중증 외상 분야의 ‘국보급 외과의’로 유명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조차도 환자를 볼수록 병원에 적자만 안기는 실정으로 병원 경영진 눈치를 보아야 하는 처지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할 정도였다. 이런 불합리한 수가의 문제가 필요 의료에 대한 위기를 불러왔고, 사명감만으로 의업을 선택하는 데 한계를 느낀 전공의들의 필수 전공과 기피 현상을 부추겨 의료체계에 왜곡된 문제를 양산해 온 것이다. 결국 건강보험수가의 기본 설계의 구조적 결함과 정부의 의료자원 분배정책의 실패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필수 의료분야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우수한 인력들이 마음 편하게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개편이 필요할 것이다.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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