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함께한 6년, 음악이 세상을 바꾼다
꿈과 함께한 6년, 음악이 세상을 바꾼다
  • 유수영 부안아리울오케스트라 지휘자
  • 승인 2022.10.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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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영 부안아리울오케스트라 지휘자

 꿈의 오케스트라를 만난 지 6년여…. 처음 음악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을 때, 꿈의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터라 낯설기도 하고,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음악만 지도하는 게 아니라, 아동·청소년들의 인성발달과 성장을 돕기 위한 활동이라는 그 취지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예상대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대부분 아이들이 과거에 악기를 다뤄본 경험도 없었고,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었다. 그 와중에 음악의 테크닉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는 게 큰 숙제처럼 다가왔다. 잘하든 부족하든 연주회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완성되지 않은 음악을 무대에 올려야 한다는 현실이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음악에 관한 한 완벽주의자였던 내가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내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해마다 새로운 단원을 맞이하고, 졸업을 시키는 과정에서 함께했던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해가는 놀라운 광경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행복함을 가지고, 설렘과 기대감으로 연주하는 맑고 순수한 모습을 볼 때면 나는 이 일이 내가 하는 일 중 가장 가치 있고 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란 주제는 예나 지금이나 음악계의 중요한 화두다. 1975년, 베네수엘라 빈민가에서 빈곤과 범죄에 노출된 11명의 아이들로 출발해 현재는 전 세계 65개국 백만 명의 아동·청소년이 참여하고 있는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는 이 물음에 관한 대표적인 모범 사례다. LA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베를린필하모닉 더블베이스 연주자 에딕슨 루이즈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교육 철학에 공감하여 2011년, 한국에서도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기치로 ‘꿈의 오케스트라’가 첫걸음을 내디뎠다. 베네수엘라와 다른 점은, 전국의 운영기관이 지역별 특성을 살려 운영한다는 점인데, 이를 위해 정부가 일정 기간 재정을 지원하며 각 운영기관의 자립을 돕고 있다. 현재는 전국 51개 거점기관에서 약 3,000여 명의 단원이 활동 중이다.

 부안도 출범 초기인 2012년에 운영을 시작하여 어느덧 11년차를 맞고 있다. 그동안 많은 뿌듯한 성과가 있었지만, 얼마 전 세계적인 지휘자 두다멜이 이끄는 음악캠프에 한국 대표로 선발되어 소중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 한 단원이 먼저 떠오른다. 지난 10년간 꿈의 오케스트라 부안(부안아리울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해왔던 그 단원은 미국에 초청받아 세계 여러 나라의 젊은 연주자들과 잊지 못할 큰 무대를 함께 했고, 그때 했던 경험들을 토대로 현재 전문 음악인의 길을 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한편, 지난 몇 년을 무대에서 시간을 보내며 나름대로 무대감독에 대한 꿈을 키워왔던 한 단원도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이 아이는 현재 공연장에서 연주자들을 돕는 일을 하며, 무대감독으로서의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중이다.

 이 외에도 처음에는 미래에 대한 꿈이 없었던 친구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해나가며, 자신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가는 대견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 역시도 내면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우선, 작은 것부터 챙기고 돌아보는 섬세함과 아이들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고 진득하게 기다려주는 마음의 여유도 전에 없던 변화다.

 꿈의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지난 나날을 돌아보며, 지금의 나는 음악이 지역을, 나아가 사회를 바꿀 수도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제각각이었던 아이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뤄내는 것처럼, 오늘도 음악은 서로 다름을 포용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기적을 만들고 있다.

 유수영 <음악감독/부안 아리울오케스트라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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