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 시한폭탄 ‘복부대동맥류’
뱃속 시한폭탄 ‘복부대동맥류’
  • 장수인 기자
  • 승인 2022.10.18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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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술 담배를 즐겨하고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남성이라면 주의해야할 질환이 있다. 복부대동맥류. 정상 동맥보다 1.5배 이상 팽창하는 이 질환은 파열될 경우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으로 배속 시한폭탄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전북대학교병원 간담췌이식혈관외과 황홍필 교수의 도움말로 ‘복부대동맥류’에 대해 알아본다.
 

 ■ 복부대동맥류란? 

 대동맥은 우리 몸에서 가장 굵은 혈관 중 하나로 정상 성인에서 직경은 약 2~2.5cm 정도이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몇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큰 대동맥이 마치 주머니 모양으로 불룩하게 늘어나는 질환을 복부 대동맥류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정상 대동맥 직경의 1.5배 이상 확장된 경우를 말한다. 인체 동맥 중 뇌동맥을 제외하고 가장 빈번하게 동맥류가 발생하는 부위가 바로 복부 대동맥이다.
 

 ■ 원인 

 복부 대동맥류의 원인은 노화, 동맥경화, 유전적 요인, 고혈압, 외상, 감염(매독 등)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며, 여성에 비해 남성에게 6배가량 더 잘 발생한다. 흡연자의 발병 위험도는 비흡연자에 비해 7배 높다. 1차 직계가족에게 복부 대동맥류가 있으면 복부 대동맥류가 나타날 가능성이 12~19% 정도이다. 이미 발견된 복부 대동맥류의 경우, 기존의 복부 대동맥류의 직경이 클수록, 흡연자일수록 질환이 빨리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 대동맥류 발생 원인과 관련된 사항은 다음과 같다.

 - 대동맥류 환자에게 엘라스틴(elastin)과 콜라겐(collagen) 형성에 장애가 있음이 밝혀졌는데, 이것이 대동맥류 발생 기전과 관련된다고 보인다.

 - 대동맥류의 크기는 시간이 지나면 증가한다. 어느 한계에 도달하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된다.

 - 동맥의 지름이 증가하면 Laplace의 법칙(지름이 증가하면 벽에 작용하는 압력이 증가하는 법칙)에 의해 대동맥 벽에 작용하는 압력이 증가하며, 이에 대동맥은 점점 더 늘어난다.

 - 대동맥 벽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약해지면 대동맥은 방추형이나 소낭형으로 확장된다.

 - 이미 진행된 죽상동맥경화는 대부분 동맥의 폐쇄성 질환으로 진행되며, 동맥류로 진행되지 않는다.
 

 ■ 증상 

 대부분 무증상인 경우가 많지만 간혹 배꼽주변으로 박동하는 혹이나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복부대동맥류를 의심할 수 있다. 드물지만 복부 통증, 허리의 통증이 동반되거나, 복부대동맥류 내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다리로 가는 혈관을 막는 색전증에 의해 하지의 통증, 냉감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가장 좋지 않은 경우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복부대동맥류가 있는지 모르고 지내다가 복부대동맥류가 점점 커져서 파열하는 경우, 혈압 저하, 의식 소실 등 쇼크의 증상으로 응급실을 내원하게 되어 생명이 위험해 지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에 혈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고 복부에 박동성 혹이 만져진다면 가까운 혈관 전문의를 찾아가 진료를 받아보도록 한다.
 

 ■ 치료방법 

 복부대동맥류의 직경이 5cm 미만인 경우 일단 6개월마다 컴퓨터 단층촬영 또는 복부초음파 검사를 통해 직경의 증가속도를 관찰하는데 복부대동맥 직경이 6개월에 0.5cm 또는 1년에 1cm 이상이거나, 복통 등의 증상 발현 시 치료를 요한다. 한국인에서는 복부대동맥류의 직경이 5cm 이상이면 파열의 위험이 있으므로 치료를 요한다. 복부대동맥류 치료에는 인조혈관을 이용한 대동맥 재건술과 대동맥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이 있다. 

 대동맥 재건술은 복부 대동맥류가 발견되면 수술을 해서 풍선처럼 늘어난 대동맥류를 제거하고 대동맥에 인조혈관을 이어 붙여 대동맥류 안으로 더 이상 혈액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배를 열게 되는 큰 수술이라 입원기간이 길고, 환자의 회복이나, 수술에 따르는 합병증들이 수반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개발된 시술이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이다. 스텐트 그라프트는 금속 스텐트에 인조혈관재질을 입혀놓은 기구로서 혈관 안에 들어가면 스스로 팽창하게 된다. 배를 다 열지 않는 대신, 사타구니 혈관만 작게 절개해서 스텐트 그라프트라고 하는 기구를 혈관 안으로 집어넣어 대동맥까지 들어간 다음, 자가 팽창력을 가지는 스텐트 그라프트를 대동맥 안에 설치해, 대동맥류가 혈압에 노출되지 않게 완전 차단한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서 혈관내치료(스텐트 그라프트 시술)를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대동맥류 환자들이 대부분 고령인데다, 동맥 경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젊었을 때처럼, 복부 대동맥이 일직선으로 주행하지 않고 꼬불꼬불하게 변형이 되어 있는데, 이 굽어진 각도나 직경이 적절하지 않다면 스텐트 그라프트를 하더라도 혈액이 대동맥류 쪽으로 계속 새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을 할 수 없다. 따라서, 환자의 영상 소견을 토대로 미리 분석하여 스텐트 그라프트가 적절한지 수술이 적절한지를 결정하게 된다. 스텐트 그라프트가 적절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는 외과적 수술을 해야한다. 

 어떤 치료방법이 더 좋은지에 대한 질문이 많은데 두 방법 다 장단점이 있다. 수술적 치료는 수술과정에 전신마취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 및 배에 커다란 절개창이 남는 반면 가장 근본적인 치료이기 때문에 큰 합병증만 없다면 한번의 수술로 치료가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혈관내 치료는 절개창이 수술에 비해 매우 작아서 치료 후 회복이 빠르고 수술 관련 합병증이 적은 반면 스텐트 그라프트가 혈관내에서 완벽하게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치가 변하거나 내누출과 같은 합병증으로 인해 재시술이나 수술적 치료가 나중에 필요한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혈관내 치료 후 스텐트 그라프트의 상태확인이 6개월에서 1년마다 반드시 시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치료가 완전하게 종결되지 않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다.
 

 ■ 황홍필 교수 “한번 생기면 없어지지 않아...혈압조절 금연 정기검진 필수” 

 혈관은 혈류가 지나가는 길이고 그 혈류들은 심장에서 시작된 혈압이라는 압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대동맥은 항상 이 압력에 노출되어 있어 한번 생긴 복부 대동맥류는 저절로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서서히 늘어나서 대동맥 파열의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복부 대동맥류의 직경이 커질수록 파열의 위험 또한 커집니다. 5-5.5 cm이상의 경우에는 파열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기다리며 경과관찰을 하는 것보다는 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복부대동맥류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명확한 예방방법이 있지는 않습니다. 우선 60세 이상이신 분들에게는 조기진단을 위한 자가 검진 통해 본인이 직접 검진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누워서 복벽에 힘을 빼고 자기 자신의 배에 펄떡이는 덩어리가 있는지 만져봅니다. 복부 비만이 심한 사람에서는 잘 만져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60세 이상, 흡연력, 복부 대동맥류의 가족력이 있으면 복부초음파 혹은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필요로 합니다. 일단 복부 대동맥류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복부대동맥류의 크기가 작더라도 전문의와 상의하여 6개월 마다 정기적인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질환으로 진단된 환자는 혈압 조절, 금연이 필수적입니다.

 

 장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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