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도로가 처음 생겼을 때 자동차로 호남지역에서 서울로 가려면 대전을 거쳐 가야 했다. 뒤에 도로망이 확충되어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생겨 이제 대전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어 시간과 기름값을 많이 아끼게 되었다. 그런데 현재 기차로 호남지역에서 서울로 가려면 오송역으로 한참 돌아가야 한다. 이제 이 기형적인 경로를 바로잡을 때가 되었다. 지도를 보면 해결책은 명확하다. 전주역에서 공주역을 거쳐 천안 아산역에 이르는 직선고속철도노선을 구축하면 된다.

전주-공주-천안아산 노선은 호남지역 주민들에게 큰 교통편익을 제공하게 된다. 목포에서 익산에 이르는 호남선구간 도시들 입장에서 보면 서울에 갈 때 공주역에서 오송역으로 돌아가지 않고 천안아산역으로 직접 연결되어 시간과 요금이 훨씬 덜 들게 된다. 여수에서 전주에 이르는 전라선구간의 도시들은 여기에 더해 전주역에서 익산역으로 돌아가지 않고 공주역으로 직접 연결되어 추가적으로 시간과 요금이 덜 들게 된다. 현재 전라선에 SRT가 다니지 않아 중간에 갈아타지 않고는 서울 강남의 수서역으로 갈 수 없는 불편도 자연히 해소될 것이다. 이로써 호남지역에서도 철도교통 소외지역인 전라선 구간의 도시들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호남고속철로를 만들 때 천안아산역에 호남선을 연결하지 않고 오송역까지 내려와서 돌아나가는 기형적인 노선을 만든 것은 KTX역을 지역발전에 활용하려는 충북지역의 입장을 반영하여 무리하게 결정된 것이다. 이로 인해 호남지역 사람들은 시간도 더 들고 요금도 더 드는 희생을 감수해 왔다. 이제는 오송역이 행정수도인 세종시 근접역으로서 충분히 정착되었으므로 충북지역에서도 신노선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송역에서 내리지도 않을 사람들을 억지로 돌아서 지나가게 한다고 충북지역에 도움이 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항상 그렇듯이 지역정치인들이 이런저런 비합리적인 이유를 내세워 반대할지는 모르겠으나, 설사 반대가 있다 하더라도 이제는 호남지역 주민들의 교통편익을 위해서나 국가 전체 교통망 차원에서 보나 직선 고속철로를 구축하는 게 합리적이다.

마찬가지로 익산지역에서도 신노선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익산역에 내리지도 않을 전라선지역 사람들을 일부러 돌아서 지나가게 한다고 해서 익산지역에 이득 될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대전지역에는 대전역과 서대전역이 있어서, 경부선은 대전역을 지나고 호남선은 서대전역을 지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북지역에서 호남선은 익산역을 지나고 전라선은 전주역을 지나도록 하는 게 효율적이다.

새로운 고속철도노선 구축에는 상당한 국가재정의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이제 국내 주요 간선도로와 간선철로에 대한 인프라투자가 거의 이루어진 상황이므로, 지금이 호남지역 주민들의 편익을 위한 신노선 구축에 적절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교통인프라는 지역발전을 위한 인프라 중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필자가 선출직 공직생활을 할 때 가장 답답했던 부분의 하나가 지역정치인들 대다수가 전북지역 전체의 장기적인 발전을 내다보지 않고 단기적 소지역주의에 빠져 효율적인 교통인프라 구축을 소홀히 하거나 방해했던 일이다. 지역정치인들의 이런 무책임한 행태가 전북지역이 낙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의 하나다.

넉 달 전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역대표들이 선출되었다. 이들이 지역발전에 대한 사명감으로 변화를 일구어 나갔으면 하는 게 주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선출된 지역대표들에게서 이전과는 다른 지역발전의 길을 찾으려는 의지가 보인다. 이들이 지역발전을 위한 교통인프라 구축에 힘을 한데 모았으면 한다.

채수찬<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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